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고성능·고가 모델이 주도하던 초기 전기차 수요가 실용성과 가성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준중형 전기 SUV 차급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기아 EV5가 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AIMM 조사(10월 3주 기준)에서 EV5는 출시 전후 6개월 이내 신차 29개 모델 가운데 22%를 기록하며 단독 1위에 올랐다. 2위 아이오닉6 N(17%)과의 격차는 5%p 이상으로, 29개 모델 중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한 압도적 선두다.
7월 13%에서 출시 직후 20% 돌파…상승 곡선 현재 진행형
EV5의 구입의향 흐름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첫 조사 편입 시점인 7월 2주에 13%로 출발한 수치는 9월 2주 출시 직후 20%를 돌파했고, 이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22%를 기록했다.
최고점은 23%로, 같은 기아 브랜드의 EV9(30%)·아이오닉9(27%)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두 모델이 각각 프리미엄·대형 SUV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준중형 차급에서의 22%는 사실상 동급 최강 수치로 해석된다.
‘아빠들의 전기차’…40~50대 73% 집중의 배경
EV5는 전장 4,610mm, 전폭 1,875mm, 휠베이스 2,750mm의 정통 SUV 차체에 5인승 구성을 갖췄다. 출력 115~195kW, 토크 295~385Nm, 배터리 용량 60.3~81.4kWh로 복합 주행거리는 325~460km에 달한다. 전륜(FF)과 사륜(AWD) 구동 방식을 모두 선택할 수 있어 패밀리카 수요를 폭넓게 흡수하는 구조다.
구입의향 응답자의 연령 분포에서 40대 36%, 50대 37%로 40~50대가 73%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띈다. 같은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가 30대 응답자 14%를 확보한 것과 대비되는 선명한 세대 분리 현상이다. 정통 SUV 차체와 넉넉한 배터리 용량, 검증된 실용성이 가족 단위 중장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제 혜택 적용 후 가격은 4,855만~5,340만 원으로, 테슬라 모델 Y와 직접 맞붙는 가격대를 형성한다. 기아 전기차 포트폴리오에서 EV3(소형)·EV4(세단)·EV9(프리미엄 대형)의 빈틈을 채우는 준중형 SUV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가족 단위 실구매 수요가 EV5로 집중되는 구조적 배경이 뚜렷하다.
CATL 배터리 논란·모델Y 경쟁…중장기 흥행의 변수
구입의향 1위라는 수치는 시장의 기대치를 보여주지만,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CATL(중국산) 배터리 탑재에 따른 품질·안전성 우려가 일부 소비자에게 구입 허들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EV5의 중국 시장 출시 초반(2024년 11~12월) 2개월간 451대에 그쳤던 배경도 현지 배터리 신뢰도 이슈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거시적 지표는 긍정적이다. 2026년 2월 기준 기아는 전기차 1만4,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7,868대)의 약 1.8배를 기록했고, 누적 기준으로도 기아 1만8,116대 대 테슬라 9,834대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기아가 2030년까지 총 13개 전기차 모델을 전개하고 연 126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EV5는 그 전략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준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검증된 대안이 부재한 지금, EV5는 ‘가성비 패밀리 전기 SUV’라는 포지션을 선점하며 구입의향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구입의향 조사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CATL 배터리 논란의 시장 반영도와 모델 Y와의 실구매 경쟁 결과가 EV5의 중장기 흥행을 가를 최종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