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라지는 카드 포인트
소비자 권익 침해 우려 커져
제도 개선 목소리 확산

매년 평균 800억 원가량이 카드사 포인트 소멸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립액은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정작 상당수 소비자는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포인트를 잃고 있는 셈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에서는 제도 개선과 홍보 강화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권리인데… 매년 사라지는 800억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카드사 포인트 소멸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포인트 소멸액은 총 365억 원이었다.
현대카드가 10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카드 70억 원, 국민카드 58억 원, 삼성카드 47억 원, 우리카드 40억 원, 신한카드 29억 원, 롯데카드 18억 원, BC카드 50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대·롯데·BC카드의 경우 일부 제휴 포인트 내역이 제공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 소멸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포인트 소멸 총액은 3천160억원에 달하며, 연평균 약 800억원씩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포인트 사용 시한을 넘겨 혜택을 잃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적립은 급증, 활용은 제자리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포인트 적립액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2021년 3조 904억 원이던 적립액은 2024년 5조 9천437억 원으로 3년 만에 9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3조 753억 원이 적립돼 연말에는 6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포인트 소멸 비율은 카드사별로 1~6% 수준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하나카드의 소멸 비율이 6.2%로 가장 높았다.
이양수 의원은 “포인트 적립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지만 소멸액도 여전히 상당하다”며 “결국 소비자가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인트 제도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숨은 권리 되찾는 ‘통합조회 서비스’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1월부터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 및 계좌 입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보유한 여러 카드사의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하고, 본인 계좌로 현금 전환까지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각 카드사별로 따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통합조회 서비스 덕분에 한 번의 신청만으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어카운트인포’ 앱 설치 후 본인 인증을 하거나, ‘계좌정보 통합관리’ 사이트를 통해 접속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알지 못하거나, 사용 방법을 몰라 포인트를 잃고 있다.
사라지기 전에 미리미리

전문가들은 포인트 소멸을 막기 위해 소비자 스스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정기적으로 통합조회 서비스에 접속해 보유 포인트를 확인하고, 현금화 또는 사용 가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소멸 예정 포인트 안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소멸 6개월 전부터 매월 명세서나 앱·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지한다.
셋째, 활용처가 마땅치 않다면 기부 서비스나 제휴 포인트 전환을 통해 유의미하게 쓸 수 있다. 일부 포인트 기부는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제도 개선 목소리 확산

전문가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특히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층을 비롯한 이들은 여전히 포인트 현황을 확인하거나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안내 창구 운영, 간소화된 절차 제공, 홍보 캠페인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포인트 유효기간 연장, 소멸 절차 완화 등 제도적 변화도 논의 중이다. 소비자 단체와 국회, 금융당국의 협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처럼 제도와 인식이 제자리에 머문다면, 매년 수조 원 규모의 포인트 중 상당액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손에 닿지 못한 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라자고 있는 카드 포인트를 되찾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행동과 정부·업계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