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반값 비결은 ’20년 룰’
퇴직소득세 절반 줄어드는 제도 추진
노후 준비, 방법 바꾸면 결과 달라진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사람이 여전히 대부분인 가운데, 정부가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 감면 폭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퇴직금을 20년 이상 연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가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5060세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년 넘게 연금 수령하면 세금 절반
정부는 오는 7월 말에서 8월 초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퇴직소득세 50% 감면’ 제도 신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금 수령 1~10년 차에 퇴직소득세를 30% 감면하고, 11년 차부터는 40% 감면 혜택을 줬다. 여기에 더해, 20년 이상 연금 수령자에게는 50%까지 감면해주는 구간이 새로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3억 원의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약 1700만 원의 퇴직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에 넣고 20년간 연 1000만 원씩 연금으로 받으면, 20년 이후에는 매년 28만 원 정도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이 같은 정책은 일시금 수령이 여전히 일반적이라는 현실에 따른 대응이다.
2024년 기준으로 IRP 계좌 중 연금 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13%에 불과해, 퇴직연금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절세 유도는 효과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이 퇴직금 연금화를 유도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수령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국민연금 외에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퇴직소득세의 실효세율은 약 4~5% 수준이고, 연금소득세는 1~2%에 그친다. 이처럼 큰 차이가 없어 많은 이들이 일시금 수령을 택해왔다.
그러나 20년 이상 수령 시 감면 폭을 절반까지 늘릴 경우, 절세 효과가 분명해져 연금 방식으로의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금 수령은 세금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낮은 세율(3.3~5.5%)이 적용되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어든다.
또한 일시금 수령 후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금융소득이 연 1000만 원을 넘을 경우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연금 수령은 해당되지 않는다.
연금 수령 비율 낮아… 제도 개선 시급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제도 도입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시금 중심이다.
2023년 기준 IRP 계좌 53만 개 중 연금 수령을 선택한 계좌는 10.4%에 불과했고, 나머지 89.6%는 계좌를 해지하고 일시금을 수령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서, 퇴직급여까지 일시금으로 소진되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퇴직금 일시금 수령 시에는 퇴직소득세를 높이고, 연금으로 받는 경우에는 실효세율을 크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연내 입법화해 2025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금 수령 기간을 늘릴수록 세금 혜택이 커지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퇴직자의 선택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