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석 달 만에 벌레 공포
가구 틈새서 쏟아진 혹파리 떼
시공사·주민 갈등, 해법은 불투명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혹파리가 대량 발생했다.
올해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1천800여 세대 규모 단지에서 곰팡이와 벌레 민원이 잇따르며, 주민들은 일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원인 규명과 대책을 두고 시공사와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입주 첫날부터 나가고 싶어요”… 대체 왜?
지난 4월부터 일부 세대에서는 주방과 화장대 같은 빌트인 가구에 곰팡이가 피고, 거실·안방 창틀에 혹파리 사체가 발견됐다. 시공사에 접수된 혹파리 관련 민원은 현재까지 144건, 피해 세대는 35가구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에서 혹파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파티클보드와 같은 합성 목재를 지목한다.
이 목재는 제작·보관 과정에서 이미 혹파리 알이나 유충이 숨어 있을 수 있으며, 설치 후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 성충으로 부화해 집 안으로 퍼진다.
특히 환기가 충분히 되지 않는 신축 건물의 특성상 이런 상황이 악화되기 쉽다.
또한 곰팡이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혹파리 유충은 곰팡이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습기 정체로 곰팡이가 번식하면 혹파리 개체수도 급격히 늘어난다.
벽지 뒤, 붙박이 가구 틈새, 콘크리트 벽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번식지가 형성되면 방역이 쉽지 않다.
늦은 방역, 커지는 불신
오피스텔 입주를 미룬 50대 A씨는 “4월에 처음 민원을 넣었을 때만 해도 시공사에서 ‘혹파리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가, 나중에서야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시공사는 주방 붙박이 가구 뒤 필름지를 교체했지만, “한 번에 50마리 넘는 사체가 나왔을 정도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1월에 입주한 40대 주민 B씨도 “혹파리가 나온 뒤 집에서 하루도 지내고 싶지 않아 50만 원 넘게 들여 방역업체를 불렀다”며 “현미경으로 확인했더니 가구 내부에 곰팡이가 가득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세대는 사비로 전문 방역을 진행했지만, 혹파리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 시공사 측은 혹파리 발생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부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두 차례 방역으로 효과가 확인됐다며 가구 교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달부터는 민원을 제기한 세대를 중심으로 전문 업체를 통한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할 지자체인 미추홀구는 하자 민원이 접수되자 시공사와 시행사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다만, 피해 범위와 원인 규명, 그리고 보상 여부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주민 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축 건물의 ‘불청객’… 쫓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혹파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 방역이 아닌 ‘근원지 제거’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목재 가구 틈새와 파티클보드 내부를 확인해 번식지를 찾아내고, 살충제 사용 후 틈새를 밀폐해야 한다. 여기에 습기 제거와 곰팡이 방지가 병행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초기 입주 전 단계에서 자재 관리와 환기를 철저히 하고, 오염된 목재를 사용하지 않도록 시공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새집 증후군’ 대신 ‘벌레 공포’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