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시총 7개월 새 77조 증가
관세 협상·조선사업이 성장 견인
10대 그룹 중 기업가치 상승률 1위
한화그룹이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기업가치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 LG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증가폭 1위에 오른 배경에는 방산·조선 중심의 실적 개선과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 시총 77조 늘며 압도적 1위
한화그룹의 상장사 13곳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3조 5천억 원에서 올해 8월 초 120조 7천억 원으로 늘었다. 7개월 만에 77조 2천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은 약 17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상승률은 30.6%, 10대 그룹 평균 상승률은 30.3%에 불과해 한화그룹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코스피 전체 상승분 중 12.9%가 한화그룹에 의해 발생한 셈이다.
특히 방위산업과 조선 부문 계열사들의 주가가 그룹 시가총액 증가를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반기 매출 11조 8천억 원, 영업이익 1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가는 1년 사이 245% 상승해 100만 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경영 정상화와 대미 무역 협상 수혜 기대가 반영되며 같은 기간 20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시가총액은 35조 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시총 13위에 올랐다.
마스가 프로젝트, 미국 협력 사업이 성장 촉진
한화그룹의 상승 배경에는 한미 조선 협력 사업 ‘마스가(MASGA)’ 참여가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한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한미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산 조선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 중 1500억 달러가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현지 선박 건조, 조선소 신설, 정비사업 확대 등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필리조선소는 최근 한화해운과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5년까지 연간 건조 능력을 10배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협상 당시 미국 워싱턴DC를 직접 찾아가 실무 조율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그룹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단기 리스크 존재하지만, 증권가는 긍정적 전망
조선업 확대는 기회이자 리스크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설비 투자 비용, 미국 현지 인건비, 원자재 조달 문제 등 복합적인 비용 증가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발주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적 반영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증권가는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현지 인력 확보와 투자 부담은 있으나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며 “사업 확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추가적인 가치 상승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의 최대 주주 중 하나인 한국산업은행의 지분 추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시장에서는 단기 이슈로 보고 있다.
iM증권 변용진 연구원은 “조선 협력 구조상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는 형태지만, 결국 미국 내 발주 물량을 한국 기업이 수주받는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과의 조선 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오션이 핵심 수혜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