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공장 가동 중단·사업부 매각 확정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 불가피
국내 철강업계 1위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2공장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하고,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는 매각하기로 노조와 최종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공급 과잉, 내수 침체, 제조원가 상승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내려진 조치다.
회사는 고용 안정 방안을 병행하며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경제와 고용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 중단 결정… 수익성 악화가 직접 원인
현대제철은 6월부터 가동을 멈춘 포항2공장의 생산을 향후 시황이 개선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건설용 H형강을 주로 생산하던 이 공장은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유입으로 수요가 급감했고, 가동률은 2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제품 가격은 20% 이상 하락했지만, 제조원가는 2년 사이 14% 상승해 손실이 지속되는 구조가 이어졌다. 회사는 “현 상태에서 생산을 유지하면 손실만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사업부 매각… 사업 재편의 일환
포항1공장 내 중기사업부는 굴착기, 불도저 등 중장비에 사용되는 부품인 무한궤도를 생산해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수요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판매량은 2021년 대비 65% 이상 줄었고,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며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중기사업부의 사업성 저하를 인정하고, 해당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거론되는 기업으로는 대주, KC그룹 등이 있다.
노조는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매각에 동의했고, 회사는 매각 대금을 포항1공장 내 설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고용 불안과 지역경제 충격 확대
이번 결정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를 포함해 포항 지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포항 철강산업단지의 전체 고용 인원은 2014년 대비 약 2,650명 감소했고, 최근 상가 공실률 상승과 인구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크다.
포항시의 법인 지방소득세는 2024년 기준 145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으며, 상권 침체와 세수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지자체 대응… 장기 과제로 이어질 듯
정부는 포항 등 철강업 밀집 지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영 안정 자금, 세제 지원, 투자 보조금 등 단기 대책과 함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고부가가치 특수강 R&D 등 구조 전환을 위한 중장기 전략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포항시는 철강 외에도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유치를 통해 산업 구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에 비해 지역 대응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경쟁력 재정비, 과제는 여전히 많아
현대제철의 이번 결정은 기업의 생존과 수익성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과 지역경제 침체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철강산업은 여전히 한국 제조업의 핵심 중 하나다.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 강화,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 전반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