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기념품이 마약류로 분류
“모르고 샀다” 해도 처벌 대상
해외여행 후 입국 시 각별한 주의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에서 구매한 감기약, 진통제, 수면제 등이 국내에선 불법 마약류로 분류돼 적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은 여행 중 구매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국내법에 위반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불법 의약품 반입 혐의로 적발된 사람만 252명으로, 이중 많은 이들이 마약류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검거됐다.
감기약에도 마약 성분… “그냥 가져왔을 뿐인데”
20대 A씨는 미국 여행 중 현지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매해 복용했다. 남은 약을 가방에 넣고 귀국했지만, 공항 세관에서 불법 의약품 반입으로 적발됐다.
해당 약에는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감기약이나 수면제라도, 국내법상 마약류에 해당되면 반입 자체가 불법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제하는 마약류 성분은 총 481종이다. 이 중 감기약이나 수면제에 흔히 들어가는 코데인, 덱스트로메토르판, 알프라졸람, 졸피뎀 등 4개 성분이 전체 적발의 82%를 차지한다.
불법 의약품 반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9명(885g)이던 적발 인원은 지난해 252명(3만 7688g)으로 13배 가까이 늘었다.
기념품·건강식품도 마약류 포함 가능성
의약품뿐 아니라 대마 성분이 포함된 기념품이나 건강식품도 문제가 된다. 미국, 태국, 캐나다 등에서는 대마 제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엄격히 금지된다.
대표적인 적발 사례는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젤리, 초콜릿, 오일, 카트리지 등이다.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들여왔다가 인천공항에서 적발된 건수가 최근 1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대마 제품은 겉포장에 대마잎 그림이 있거나, ‘cannabis’, ‘weed’, ‘kan-cha’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제품은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며, 단순 소지나 운반만으로도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몰랐다고 해도 처벌 대상
단속 당국은 여행객의 무지에서 비롯된 불법 반입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관세청과 식약처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달 31일까지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마약류 집중 단속을 실시 중이다. 단속 대상에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과 진통제,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등이 포함된다.
김지연 식약처 마약예방재활팀 서기관은 “일부는 마약 성분이 포함된 줄 모르고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처벌받는다”며 “복용 시 중독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여행지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물건이라도 국내법 기준으로 반입 금지인 경우가 많다”며 “출국 전 관세청이나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했더라도, 국내 입국 시에는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해도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성분과 규정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