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수익률 1위를 달리던 한국 코스피가 단 하루 만에 급락했다. 8월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8% 떨어졌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급락의 배경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있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춘다는 내용이 공개되자, 투자심리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날 하루에만 1년간 오른 상승분 중 11% 이상이 사라졌고, 투자자들은 청원으로 반발했다.

글로벌 1위에서 하루 만에 반락

올해 초 24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7월 말까지 3245선을 돌파하며 3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9.38%)과 S&P500(7.78%), 일본 니케이(2.94%)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7월 31일에는 장중 3288.26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인 3316.08을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다음 날, 8월 1일 장에서는 3.88% 급락하며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같은 날 미국 나스닥(-2.24%), 일본 니케이(-0.65%) 등도 하락했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청원 12만 돌파… 투자자 불신 확산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완화했던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이재명 정부가 다시 10억 원으로 낮추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관련 청원이 올라왔고, 8월 4일 기준 12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양도세 기준이 낮아지면 연말마다 매물이 쏟아지고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미국과 한국의 세금이 같다면 누가 굳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겠느냐”, “장기 투자 문화를 유지하려면 세제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부는 기준을 강화해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박금철 세제실장은 “기준을 완화했던 2023년에는 오히려 순매도가 증가했다”며 “세제 변경이 매물 출회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구조적인 하락보다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기업 실적과 수출 지표는 양호하다”며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코스피는 매년 8~10월에 조정을 받아왔고, 올해도 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올해처럼 강세장이었던 경우, 하락 폭은 평균보다 작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환율과 대외 변수도 현재로선 안정적인 편”이라고 분석하며 “9월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추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세제개편을 둘러싼 의견은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0억 원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당 차원 논의를 예고했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과거 기준 변경과 주가 변동은 뚜렷한 연관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불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후속 설명과 대응책을 어떻게 내놓을지에 따라, 증시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