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허위공시 기업 무더기 적발
조세 회피, 편법 상속에 세무조사 착수
정부 “불법 이익, 반드시 환수한다”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팔아 치우고, 기업을 사적으로 이용해 자녀에게 자산을 넘기는 등 주식시장을 교란시켜 부당 이익을 챙긴 사례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이득을 챙긴 27개 기업과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당국은 이들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다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거짓 공시’로 수백억 시세차익
허위 공시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바이오 상장사의 A씨는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약 8배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고, 주가는 곧 급락해 거래가 정지됐다.
또 다른 인물 B씨는 전기차 부품 상장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홍보해 주가를 띄운 뒤, 실제로는 5% 지분만 취득한 채 전량 매도하고 세금 신고를 누락했다.
이처럼 허위 공시 후 주가는 평균 64일 만에 약 400% 상승했지만, 이후 68일 만에 다시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들이 투자조합을 활용해 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부 정보 악용한 편법 상속
지배주주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자녀에게 자산을 넘긴 수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 제약사 지배주주는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환사채를 자녀 법인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넘겼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실현했고, 자녀 법인은 수십억 원을 배당받았다.
이밖에도 불공정 합병이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 없이 자산을 이전한 경우, 증여재산을 실제보다 약 8.5% 수준으로 축소 신고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편,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또 다른 세력은 사채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회사 비용으로 수입차·명품 등을 구매하는 등 탈세와 횡령을 저질렀다.
이들로 인해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거래가 정지됐거나 상장 폐지됐고, 일부는 주가가 86%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정부 “자본시장 불법, 예외 없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자본시장 내 불공정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신설해 조사·심리 기능을 통합하고 조사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특히 불공정 거래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해 적발 즉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또한 시장 감시 체계도 개인 단위로 전환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감시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관련 제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윤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조만간 실제 적용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불법으로 얻은 이익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세무당국은 불법 거래에 대한 제재를 넘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