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빈이 2017년 촬영한 증명사진 한 장이 9년째 범죄 조직의 ‘얼굴’로 악용되고 있다. 단순 도용을 넘어 주민등록증 위조, 투자 사기, 중고차 딜러 사칭 등 광범위한 범죄에 사용되며, 현재도 동남아 지역에서 유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tvN ‘스프링 피버’ 종영 인터뷰에서 이주빈은 “법원에서 회사로 연락이 왔고, 실제로 내 증명사진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사기를 쳤다”며 “지금도 동남아 어딘가에서 그 사진이 쓰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얼굴이 믿음직스러워” 범죄 타겟 된 증명사진
이주빈의 증명사진이 사기꾼들의 ‘1순위 소재’가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신뢰도’ 때문이다. 유튜버 기안84는 “얼굴이 너무 믿음이 가서 이 사람이 뭘 사라고 하면 나도 진짜 살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범죄자들의 선택 기준이었다.
실제로 이 사진은 투자 상담원, 보험 권유, 중고거래 판매자 등 ‘신뢰가 필요한 직업군’을 사칭하는 데 집중 활용됐다. 도용 범위는 국내를 넘어섰다. 2019년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발표할 당시 이미 다중 범죄 조직에 의한 반복적 도용이 확인됐고, 2026년 현재는 동남아 지역의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투자 사기 조직까지 확산된 상태다.
이주빈은 “한두 번 쓰인 게 아니라 지금도 제보가 들어온다”며 “거의 10년 전 사진인데도 계속 쓰인다”고 토로했다. 법원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출석을 요구할 정도로 사건의 파급력은 컸다.
명예훼손·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속사는 2019년 “더 이상 경고와 주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며 명예훼손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7년이 지난 2026년에도 도용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명사진 도용이 ‘신원 정보 절도(Identity Theft)’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상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로만 처리되는 한계를 지적한다.
특히 동남아 등 해외 서버를 통한 범죄는 수사 관할권 문제로 적발조차 어렵다. 이주빈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해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현행 제도의 모순을 드러낸다.
시니어 세대도 예외 없어
한편 이주빈은 초기의 “무서움”에서 현재는 “덤덤하고 때론 재밌다”는 심경 변화를 밝혔지만, 이는 9년간의 적응 과정이 만든 ‘강제된 회복 탄력성’이다. 한 장의 사진이 개인의 일상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이고 심각하다.
이 사건은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니어 세대 역시 은행 대출, 보험 가입 등을 위해 고해상도 증명사진을 디지털로 제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따라서 한 번 유출된 사진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며, 특히 신뢰도 높은 외모는 오히려 타겟이 된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은 증명사진 제출 시 워터마크 삽입, 용도 제한 표시 등 기술적 보호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주빈 사건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디지털 신원 보호 체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경종이다. 법적 처벌 강화, 국제 공조 수사 체계 구축,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9년째 지속되는 이 사건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기 전에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