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026년 1월 전기차 판매량이 1만9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1663대) 대비 507.2% 급증한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는 보조금 조기 지급과 완성차 업체들의 공격적 가격 인하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이 실구매가 3000만 원대에 진입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000만 원 벽을 무너뜨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테슬라, 3600만 원 라인 격전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구간은 보조금 포함 실구매가 3500~3600만 원대다. 기아는 EV3를 시작가 3995만 원에 출시해 서울시 기준 실구매가 3595만 원을 실현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준중형 SUV EV5 스탠다드 에어 트림을 4310만원에 선보였는데, 전환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실구매가가 3400만 원까지 하락하며 기존 롱레인지 모델도 280만원 인하해 3782만 원 선으로 조정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시작가 4152만 원, 실구매가 3584만 원)으로 맞불을 놓았고, 테슬라는 모델 3 스탠다드 RWD를 4199만 원으로 책정해 실구매가를 3600만 원대로 낮췄다.
이는 동급 상위 트림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격차를 수백만원 수준으로 좁히는 전략이다. 과거 중저가 전기차가 캐스퍼·레이 일렉트릭 같은 경차급에 한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세그먼트 자체가 한 단계 상승한 셈이다.
수입차도 합류…볼보 761만원 인하 파격
수입차 진영도 관망만 하지 않았다. 볼보는 소형 전기 SUV EX30의 엔트리 트림 ‘코어’ 가격을 4752만 원에서 3991만 원으로 761만 원 인하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구매가는 3670만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중국 BYD는 더 공격적이다. 소형 SUV 아토3를 실구매가 2987만 원, 중형 세단 씰을 3771만 원에 출시하며 동급 대비 최저가 포지셔닝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전기차=비싸다’는 편견을 깨는 시장 재편 전략이다. 3000만원 초반대 가격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망설이던 시니어 운전자층에게도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보급 확대 vs 수익성, 완성차 업계 딜레마
한편 업계는 이번 가격 인하를 “수익성 하락을 감수한 시장 선점 전략”으로 해석한다.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에서는 판매량 확대가 곧 충전 인프라 확충, 중고차 시장 형성, 브랜드 충성도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판매 급증은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다만 장기적 수익성 우려는 남는다. 배터리 원가 하락과 생산 효율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 경쟁은 출혈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상 최고의 선택지를 얻은 셈이다. 3000만원대 가성비 전기차 시장은 이제 ‘있으면 좋고’가 아니라 ‘없으면 경쟁에서 밀린다’는 필수 전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격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