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거리 주행, 차량 손상 원인
DPF·밸브 카본·배터리 방전 유발
주기적 장거리 운행이 해결책
출퇴근이나 장보기 등 짧은 거리만 반복 주행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제조사 기준으로 1회 주행 거리가 8km 미만이면 ‘가혹 운전 조건’에 해당하며, 장기적으로 차량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랭 지역에서는 이 기준이 16km로 올라간다.
엔진이 데워지기도 전에 시동을 끄는 일이 반복되면 오일 윤활 부족, 부품 열팽창 불균형, 카본 퇴적 등 다양한 문제가 누적된다. 이로 인해 정비소를 찾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짧은 주행이 부르는 고질병
짧은 거리 주행을 반복하면 엔진오일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일은 냉간 시 점도가 높아져 피스톤이나 크랭크샤프트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 사이 금속 부품끼리 마찰로 미세한 마모가 발생한다.
엔진이 충분히 가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동을 끄는 행위가 반복되면 실린더와 피스톤 사이의 간극이 불균형해지고, 가스켓과 씰에 스트레스가 쌓여 장기적으로 오일 누유나 냉각수 혼입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디젤 차량은 피해가 크다. DPF(디젤 미립자 필터)는 배기 온도가 600도 이상 올라가야 재생이 시작되며, 60km/h 이상의 속도로 15~30분 이상 연속 주행해야 완전 재생된다.
하지만 8km 미만의 짧은 주행으로는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필터가 막히고 출력 저하나 엔진 경고등 점등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GDI(직분사) 가솔린 엔진의 경우에도 저온 시 연소 불완전으로 인해 흡기 밸브와 스파크 플러그에 카본이 쌓이기 쉽다.
이로 인해 출력 저하, 시동 불량, 연비 저하 등이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LSPI(저속 조기 점화) 같은 심각한 엔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도 예외 없는 보조 배터리 방전 위험
짧은 거리 주행은 전기차에도 영향을 준다. 고전압 배터리는 문제가 없더라도, 차량 시스템을 구동하는 12V 보조 배터리는 방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에는 엔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충전 방식이 다르고, 반복적인 단거리 운행으로는 충분한 충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얕은 충·방전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는 방전 깊이(DOD)가 낮을수록 오히려 사이클 수명이 늘어난다.
다만 주행거리가 급격히 줄었다면 BMS 오류 가능성이 있어, 주기적인 완속 충전으로 셀 밸런싱을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리법은 간단하다…정기적 장거리 주행 필요
짧은 거리 주행의 피해를 막는 방법은 명확하다. 최소 주 1회 이상 30분 이상 외곽 도로나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엔진이 완전히 데워지고, 오일 순환이 정상화되며, 디젤차는 DPF 재생이 이뤄진다. 특히 12V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돼 방전 위험이 줄어든다.
또한 제조사들은 가혹 운전 조건에 해당할 경우 엔진오일 교환 주기를 일반의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1만km 교환 주기를 5,000km로 단축하는 식이다.
한편 겨울철 예열을 위해 공회전을 오래 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출발 후 서행하며 자연스럽게 엔진을 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따라서 짧은 거리만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차량 보호를 위해서라도 일부러라도 장거리 주행 기회를 만드는 것이 차량 수명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