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걷는 인도(人道)를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지만, 사고가 나면 보행자는 속수무책이다.
그간 현장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웠던 이 문제에 경찰청이 AI 기반 무인 카메라로 정면 대응에 나섰다.
5개 지점 시범 운영, 기존 카메라에 기능 추가
경찰청은 지난 15일 공식 발표를 거쳐 16일부터 전국 5개 지점에서 ‘보도 통행 단속장비’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교차로와 중랑구 상봉역 앞 교차로, 울산 병영사거리, 수원 시청 앞 교차로, 수원 KCC 앞 교차로가 대상이다.
이번 단속 방식은 신규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신호위반·과속 단속용 고정식 카메라에 보도 통행 감지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다.
보도에 진입하는 이륜차의 번호판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이동 동선을 추적해 위반 사실을 자동 적발한다. 추가 인프라 비용 없이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장점이다.
법적 근거 명확…범칙금은 최대 4만 원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항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 모든 차량의 보도 통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이륜차는 범칙금 4만 원, 원동기장치자전거는 3만 원이 부과된다.
5개 시범 지점은 이륜차 보도 통행 관련 민원이 집중되고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 지역을 우선 선정했다. 이륜차 사고는 교차로에서 직각충돌·후방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보도 주행은 단순 법규 위반을 넘어 보행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고 위험을 높이는 행위로 배달 오토바이와 퀵서비스 종사자들 사이에서 인도 주행이 관행처럼 굳어진 현실이 이 같은 조치를 앞당겼다.
번호판 대형화와 시너지…단속 정확도 높인다
한편 이번 단속 강화는 국토교통부의 이륜차 번호판 개편 정책과 맞물려 더 큰 효과를 낼 전망이다. 오는 3월 20일부터 이륜차 번호판 세로 크기가 기존 115mm에서 150mm로 커지고, 야간에도 빛을 반사해 식별이 쉬운 재귀반사식 필름 방식으로 바뀐다.
그동안 이륜차 번호판은 크기가 작고 야간 식별이 어려워 무인 카메라 단속에 한계가 뚜렷했다. 번호판 대형화는 이 기술적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찰청의 무인 단속 장비 도입과 국토교통부의 번호판 개편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륜차 단속 체계 전반이 한 단계 격상되는 흐름이다.
김호승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시범운영 효과를 분석한 뒤 설치·운영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조해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국 모든 인도에 단속망이 즉시 깔리는 것은 아니며, 시범 운영 결과와 지자체 협조 절차에 따라 확대 속도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