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32조 관세 대폭 확대
자동차 부품 407개 품목 추가
정부 6300억원 저리금융 지원
한때 수출 효자로 불렸던 자동차 엔진 및 관련 부품들이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로 하루아침에 ‘수출 리스크’ 품목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미국에만 10억 달러어치가 팔렸던 핵심 부품들이 더 이상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품에 대한 232조 관세 부과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기업은 물론, 협력사들까지 경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세 한 방에 흔들리는 ’10억 달러 시장’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라 기존에는 면제됐던 자동차 엔진 부품, 기타 자동차 부품 등이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 두 품목의 지난해 미국 수출 규모는 각각 약 3억6800만 달러, 6억74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합치면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시장이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부품일수록 관세율 25%를 피하기 어려운데, 대부분의 국내 중소 협력사들은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미국은 앞으로도 매년 정기적으로 관세 품목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구리와 반도체 등 다른 핵심 산업군에 대한 추가 관세 검토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철강 파생품으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면세되던 부품들까지도 이제는 관세를 감수해야 할 처지”라며, “미국산 소재 사용 여부를 입증하고 사전 서류를 갖추는 등, 수출기업이 보다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 협력사들, “이러다 망한다” 아우성
직격탄을 맞은 건 현대차·기아의 협력업체들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 부품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사형선고”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초, 김정관 장관 주재로 현대차·기아, 하나은행, 무역보험공사 등과 함께 수출금융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총 6300억 원 규모의 우대금융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협약은 현대차·기아가 민간 제조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협력사들은 최대 2%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증 한도와 기간은 확대되며, 보증료율도 최대 0.65%까지 인하된다.
디와이오토, 서진산업, 엔티엠 등 주요 부품사는 1~3호 보증서를 수령하며 “긴급자금 확보로 수출 물량 확대와 설비 투자에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충격 속에서 협력사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공급망 전체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전쟁 불똥…자동차 산업 직격탄
한편 이번 조치의 근간은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법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최근 들어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튄 셈이다. 한국 정부는 협상 등을 통해 완성차 부문에서 추가 관세는 피했지만, 부품 산업은 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도 민·관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전략산업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