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는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으로 집계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1%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34%까지 치솟으며,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은 7만4728대로 33.9%를 차지했다. 판매량은 전년(3만5179대) 대비 112.4% 폭증했고, 점유율은 2024년 23.9%에서 10%포인트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전기차는 12만5978대가 팔려 34.2% 증가에 그쳤으며, 점유율은 63.9%에서 57.2%로 축소됐다.
테슬라 모델 Y, 수입차 시장 제패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은 테슬라의 생산 전략 전환과 맞물려 있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되는 테슬라 모델 Y는 지난해 5만397대가 팔리며 수입차 중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024년 판매량(1만8717대)과 비교하면 169% 성장한 수치로, 지난해 중국제 전기차 판매 증가분(3만9549대)의 80%를 단일 모델이 차지한 셈이다.
테슬라는 원래 미국 공장에서 프리미엄 모델 S와 모델 X를 생산했으나 최근 이들을 단종하고, 볼륨 모델인 모델 3·모델 Y의 중국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이 테슬라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중국의 낮은 제조 원가가 그대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델 Y 기본형은 5299만원에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진다.
BYD 가성비 공세에 국내 업체 수세
중국 토종 브랜드의 본격 공세도 시작됐다. BYD는 한국 진출 첫해인 2025년 6153대를 판매하며 브랜드 점유율 12위에 안착했다.
여기에 2026년 1월 한 달만에 약 2000대를 팔아치우며 전년도 실적의 30%를 조기 달성했다. 자체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를 낮춘 BYD의 가성비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으로 내수를 소화하는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라며 “다른 유럽 수입차 업체들도 중국 공장 생산 차량의 한국 투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폴스타·BMW·볼보 등 유럽 브랜드도 이미 중국산 전기차를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배터리·부품까지 타격
한편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낮은 인건비, 저렴한 산업용 전기료 등 간접 지원을 받으면서도, 한국 내 판매 시 정부·지자체 보조금까지 중복 수령하는 “이중 지원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의 2030년 신차 절반 무공해 목표가 오히려 중국산 전기차에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이다.
파급 효과는 완성차를 넘어 배터리와 부품 기업까지 미친다. BYD는 전 차량에 자체 배터리를 사용하고, BMW는 중국 CATL, 볼보는 신왕다 배터리를 탑재한다.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 기업의 참여 여지가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한국산 전기차의 대미 수출이 87% 급감하면서 국내 생산 시설의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고, 기아는 이보(EVO) 플랜트 가동을 시작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인한 과잉 설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전기차 산업이 ‘한국 공장 유지의 경제성’이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한 상황에서 업계는 보조금 체계 개편과 함께 국산 전기차의 기술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