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한 알, 항불안제 한 알. 병원에서 받은 처방약을 복용하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이제 징역 5년에 달하는 중범죄로 처벌받는다.
오는 4월 2일부터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약물운전의 법적 처벌 수위가 음주운전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으로 격상된다.
5년 새 4배 넘게 늘어난 약물운전…바뀔 수밖에 없었던 법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2020년 54건에서 2025년 237건으로 5년 만에 4.4배 증가했다. 단순 적발 건수가 아닌 면허취소에 이른 사례만 따진 수치다.
수면제(졸피뎀), 항불안제, 항우울제, 공황장애 치료제, 심지어 감기약에 함유된 항히스타민 성분까지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일상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경각심은 음주운전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이번 개정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징역 3년→5년, 벌금 1,000→2,000만 원…’측정 거부’도 처벌 신설
개정 전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운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했다. 4월 2일부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두 배 가까이 상향된다.
사고로 이어질 경우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1에 따라 1년 이상~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이 추가 적용된다. 이번 개정에서 새로 신설된 항목도 주목할 만하다.
경찰의 약물 측정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별도 처벌 규정이 마련됐으며, 거부만으로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처방약 복용 자체는 처벌 대상 아니다…기준은 ‘운전 당시 상태’
다만 중요한 오해를 짚어야 한다. 처방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법 적용의 핵심은 ‘운전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인지 여부다.
지그재그 주행, 사고 유발, 현장 행동 평가 등 객관적인 행태로 이를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이 점에서 우려를 제기한다. 같은 약물이라도 체질, 복용 기간, 내성 여부에 따라 운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인 만큼, 의학적·법적 판단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졸음·어지럼증 유발 약물의 위험성을 복약지도서에 의무 표기하고, 위반 시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처방전과 약봉투에 ‘운전하면 안 됨’ 경고 문구를 빨간색으로 표기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