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올인한다더니”…제네시스, 자존심 굽히고 선택한 ‘현실적 대안’

genesis-electrification-strategy-hybrid-erev-dual-track (1)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동화 전략의 중심축을 조정한다. 순수 전기차(BEV)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동시 운영하는 ‘투트랙’ 체제로 전환하며, 시장 현실에 발맞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전기차 성장세 둔화와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도 전동화 로드맵 재편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약점 보완하는 ‘EREV 카드’

genesis-electrification-strategy-hybrid-erev-dual-track (2)
제네시스 G80 (출처-현대차그룹)

지난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대형 세단 G80 페이스리프트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내 양산을 목표로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 3월 말 첫 시제품 제작을 시작으로 8월 품질 개선, 11월 선행 양산을 거쳐 12월 중순 국내 판매용 차량의 본격 양산(SOP)에 돌입한다.

2.5L 가솔린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후륜구동(RWD) 방식을 적용하며, 북미 수출용 모델은 2027년 3월 중순 양산을 목표로 한다.

제네시스는 제품군 확대 차원에서 중형 SUV GV70에 EREV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도입하는 EREV 방식은 차량 구동을 100% 전기 모터가 담당하고, 내연기관은 발전기로만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구조다.

genesis-electrification-strategy-hybrid-erev-dual-track (3)
제네시스 GV70 (출처-현대차그룹)

기존 하이브리드와 달리 실질적으로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감을 제공하면서도,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주행거리 불안감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차량 중량 증가를 억제하고 가격 상승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제네시스는 2028년 출시 예정인 4세대 풀체인지 G80(RG4)부터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를 모두 아우르는 유연한 플랫폼을 적용해, 파워트레인 선택 폭을 대폭 넓힐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 시장이 해답

genesis-electrification-strategy-hybrid-erev-dual-track (4)
쏘렌토에 탑재되는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처-현대차그룹)

제네시스의 전략 조정은 국내 시장의 명확한 신호에 따른 것이다. 2025년 기아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6만9862대 판매되며 내연기관(3만140대)보다 2.3배 이상 많이 팔렸다.

현대차 싼타페도 하이브리드 4만3064대로 내연기관 대비 약 3배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영업 현장에 배포된 납기 자료를 보면 주요 차종 하이브리드 모델은 수개월 대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선호 현상은 충전 인프라 부족, 전기차 구매 심리 위축, 실용성과 연비를 동시에 잡으려는 소비자 니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택시와 영업용 차량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판매 비중이 빠르게 역전되는 추세다.

2030년 35만 대 목표, 렉서스 넘는다

genesis-electrification-strategy-hybrid-erev-dual-track (5)
제네시스 G80 (출처-현대차그룹)

한편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연간 판매 35만 대를 목표로 하이브리드와 EREV를 전동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 이는 럭셔리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한 토요타 렉서스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포석이다.

제네시스는 2021년 유럽 진출 이후 신중한 행보를 보이다가 2026년 들어 시장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유연한 파워트레인 전략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와 EREV가 전동화 전략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제네시스의 투트랙 전략은 완성차 업계 전체가 전동화·하이브리드·내연기관 공존 체제로 전환하는 흐름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