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독일 자동차 산업
1년간 5만개 일자리 증발
관세·경제 부진 등 삼중고
“다른 어떤 산업도 이 정도 충격을 받은 적이 없다.”
한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독일이 처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불과 1년 만에 5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독일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산업과 경제적 도전의 완벽한 폭풍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1년 사이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산업 전반 아닌 ‘자동차’만 유독 심각
지난 8월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EY(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가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년간 독일 자동차 산업 인력의 약 7%인 5만15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독일 산업 전반에서 감소한 일자리는 11만4천 개였는데, 절반 가까이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타격의 집중도를 보여준다.
EY는 보고서에서 “다른 어떤 산업 부문도 이 정도의 고용 충격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자동차 산업에서만 11만2천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고 밝혔다.
중국·미국·독일 자국 내 위기 ‘삼중고’
독일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기술 혁신에서 독일 기업들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강화된 관세 정책이 지금까지도 독일차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독일의 대미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은 전년 대비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는 자국 경제의 부진이다. 독일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2025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GDP는 0.3% 성장했지만, 2분기에는 다시 0.3% 감소하며 기술적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고용만이 아니다…매출·이익도 ‘빨간불’
일자리만 줄어든 게 아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전체 산업의 매출 감소폭(2.1%)보다는 적지만,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이익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브랜드 이미지와 실적 양쪽에서 모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EY 독일 법인의 얀 브로힐커 파트너는 “수익성 악화와 생산능력 과잉, 해외 수요 둔화가 겹쳤다”며 “대규모 감원을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관세, 중국은 수요 감소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며 “독일 내 주요 제조업체들도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용 감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수십 년간 독일을 떠받쳐온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고품질 이미지도 더는 수출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독일의 위기는 제조업 기반의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직접적인 경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계 역시 유사한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