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이 2025년 2월 국내 출시 후 첫 해 8,227대를 판매하며 대형 전기 SUV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 기준 내수 판매 순위 29위에 오른 이 수치는 단순 신차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그룹 내 경쟁 모델인 기아 EV9이 1,594대를 기록하며 5.1배 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진입한 2025년, 대형 전기 SUV라는 상대적으로 좁은 세그먼트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시장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6,7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보조금 적용 시 6천만 원 초중반대로 낮아지는 실구매가는 팰리세이드·쏘렌토 상위 트림을 고려하던 소비자층을 전동화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3130mm 휠베이스가 만든 ‘진짜 3열 공간’
아이오닉 9의 핵심 경쟁력은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설계로 확보한 3,130mm 휠베이스에서 나온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인 플랫 플로어 구조를 통해 3열까지 성인이 실질적으로 탑승 가능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구현했다. 110kWh급 배터리를 바닥에 수평 배치하면서도 거주 공간을 희생하지 않은 설계 철학이 주효했다.
여기에 1회 충전 최대 532km 주행거리는 장거리 이동이 잦은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다. 듀얼 모터 사양 기준 최고출력 385마력, 최대토크 61.7kg·m의 성능은 대형 SUV로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차박·캠핑 문화와 맞물리며 4050세대 가장들 사이에서 “아이와 함께 쓰기 좋은 전기 SUV”라는 입소문이 확산됐다.
월별 판매 추이, 신차효과 소진 우려도 동시 부각
하지만 월별 판매 추이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낸다. 2025년 2월 181대로 시작한 판매량은 9월 정점(1,272대)을 찍은 뒤 10월 667대(-48%), 11월 484대(-28%), 12월 133대(-73%)로 급락했다.
연말 강화된 프로모션과 할인이 오히려 구매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대형 전기 SUV 특유의 높은 진입장벽과 충전 인프라 불안, 3열 활용 빈도 대비 구매가격, 세금 및 감가상각 부담이 초기 얼리어답터 수요 소진 후 재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1월 국내 판매량은 224대로 전월 대비 소폭 회복세를 보였으나, 월평균 800~900대 수준의 안정적 수요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올해 최대 관건이다.
내연기관 대형 SUV 시장 잠식 가능성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25년 5월 판매 개시 후 5,189대를 기록했으며, 2026년 1월에만 580대가 팔렸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나온 수치여서 주목되고 있으며 2026 대한민국 올해의 차 최고 평점(6,611.4점) 수상과 전기 SUV 부문 2관왕 달성은 제품력 검증으로 이어졌다.
업계는 아이오닉 9이 2026년 누적 1만 대 돌파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팰리세이드와 쏘렌토 같은 내연기관 대형 SUV 시장을 본격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보조금 정책 안정화, 충전 인프라 확대, 출고 대기 기간 단축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