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뺏긴 1위 되찾는다”…BYD에 밀린 현대차그룹, 비장의 무기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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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유럽 현지생산으로 BYD와 전면전 예고 (출처-현대차그룹)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현대차그룹(60만9000대)이 중국 BYD(62만7000대)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만 집계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결국 BYD의 전년 대비 141.8% 급증이라는 폭발적 성장세 앞에서, 한국 완성차 업계는 새로운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현지생산’이다.

유럽연합(EU)이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명 ‘유럽판 IRA’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슬로바키아·체코 공장을 전진기지 삼아 중국 업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EU 규제가 바꾸는 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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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 (출처-기아)

지난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EU가 검토 중인 규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부가가치의 70% 이상이 현지에서 창출된 차량에만 보조금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만 하는 CKD(반조립제품) 방식으로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2019년 0.5%에 불과하던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2024년 11월 12.8%까지 급등하자, EU가 강력한 견제 수단을 꺼내 든 셈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BYD는 올해 2분기 헝가리 공장 가동을 앞뒀으나, CKD 생산방식을 추진해 70% 부가가치 기준 준수 여부가 불투명하다. 터키 공장은 건설일정이 지연되는 데다 터키가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역내 생산 실적을 인정받기 어렵다.

반면 기아는 지난해 8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4’ 생산을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전략형 모델 ‘EV2’ 양산에 돌입했다. EV2는 2만 유로 후반대(약 2700만원대)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여기에 보조금 혜택까지 더해지면 유럽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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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체코공장 (출처-현대차)

이와 함께 현대차도 체코 공장을 통해 맞불을 놓는다. 오는 11월 현지에 선보일 신형 모델의 현지 개발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3년부터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 2세대 모델의 현지 개발 비중이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상향된 수치다. 연 3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체코 공장은 현대차의 유럽 전략 핵심 거점으로, 현지 맞춤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슬로바키아·체코 공장의 전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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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5 (출처-기아)

유럽은 현대차·기아가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미국·EU·인도 3개 권역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재편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독일·영국 등 주요국 정책지원에 힘입어 견조한 전기차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50만7300대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며 성장세가 다시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미국이 전기차 세제지원을 줄이고, 중국이 지난달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내수판매가 20%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기아는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가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V2부터 EV5까지 대중화 전기차 풀라인업이 완성되면서, 다양한 가격대와 세그먼트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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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2 (출처-기아)

기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적용과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등 불확실한 전망에도,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단가 상승을 바탕으로 판매 확대와 다각도의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년 유럽 전기차 시장, ‘현지화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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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 (출처-현대차그룹)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 2조원이 투입된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이 올해 1분기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될 차량은 EU 규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또한 아이오닉5·6·9, EV3·5·9 등 주력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해온 기존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에 판매된 기아 EV3 전체 판매량 7만3788대 중 6만5200여대가 국내 공장 생산분이었다.

이처럼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은 ‘현지화의 해’가 될 전망이다. EU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현지 생산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아와 현대차가 중국 업체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CKD 방식에 의존하는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어 지난해 BYD에 추월당한 현대차그룹이 슬로바키아와 체코 공장을 발판 삼아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올 하반기 판매량 추이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