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열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하이브리드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SUV 국내 판매는 2022년 11만 7,499대에서 2024년 24만 4,776대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시장 구조의 변화는 수치 그 이상이다. 2025년 5월 친환경차 내수 비중이 역대 최초로 52%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를 추월했고, 같은 해 1~3분기 누계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41만 7,838대에 달했다. 하이브리드가 ‘과도기 기술’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SUV 구매자 10명 중 4명, 하이브리드 선택이 기본
현대차·기아 SUV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3.2%에서 2024년 40.8%로 가파르게 올랐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도 39.5%를 유지하며 ‘약 40%’라는 수준에 안착했다.
모델별 수치는 더욱 극적이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은 2022년 47%에서 현재 77%까지 치솟았고,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계약 비중도 67%에 달한다. 가족 단위 대형 SUV 구매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사실상 기본 선택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경유차와의 비교는 더욱 뚜렷하다. 경유차 등록대수는 2019년 43만 1,662대에서 2023년 13만 3,394대로 4년 만에 69%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등록대수는 10만 3,494대에서 30만 9,164대로 198% 폭증했다. ‘디젤의 시대’는 통계적으로도 끝났다.
쏘렌토가 이끌고, 카니발이 받쳐주는 구조
하이브리드 SUV 시장의 중심에는 기아 쏘렌토가 있다. 2025년 1~9월 누계 판매 7만 4,516대로 2년 연속 국내 SUV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 비중은 약 70%인 5만 2,000대 수준이다.
단일 파워트레인 기준으로 연간 5만 대를 넘기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이례적인 기록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그 기준을 단독으로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신형에서 디젤 트림이 삭제되면서 수요가 집중됐고, 2025년 1~11월 4만 2,251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9% 성장했다.
두 모델이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가운데, 싼타페·팰리세이드 등 준대형 이상 세그먼트에서도 하이브리드 선택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같은 방향, 업계는 라인업 확대로 응답
한편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26년 2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의 전동화 제품(HEV·PHEV·E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2만 2,357대를 기록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단독 판매는 79% 급증하며 전기차 성장률(6%)을 압도했다.
특히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미국 시카고 오토쇼에서 미드웨스트 자동차 미디어 협회(MAMA) 선정 ‘페이버릿 차량’에 이름을 올렸고 싼타페도 2026년 2월 미국에서 1만 1,344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라인업 확대로 응답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18개로, 기아는 10개로 늘릴 계획이며 2026년부터는 제네시스에 후륜구동 하이브리드가 탑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