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치만 보면 후퇴처럼 보인다. 현대차는 전년 동월 대비 3%, 기아는 2.6% 판매가 줄었다.
그러나 1분기 전체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만5388대, 20만7015대를 판매하며 나란히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2일 공식 발표했다.
하이브리드가 이끈 ‘친환경 역주행’
이 ‘역설’의 배경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2025년 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 예고로 업계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의 조기 구매가 몰렸고, 그 높은 기저효과가 2026년 3월 비교치를 끌어올려 상대적 감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실제 시장 체력은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전년 동월 대비 150% 폭증했고, 엘란트라 하이브리드 92%,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31% 성장하며 3월 기준 역대 최고 하이브리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하며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차도 가세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3월 기준 13% 증가하며 최고 3월 실적을 썼고,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1분기에만 30% 늘어 분기 신기록을 다시 작성했다. 내연기관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수요 구조가 완전히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텔루라이드·싼타페… SUV가 실적의 뼈대
친환경차와 함께 실적의 또 다른 축은 SUV였다. 기아의 북미 전용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1분기 3만5928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여기에 스포티지(+8%), 카니발(+9%), K4(+1%)도 1분기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기아의 분기 전체 실적을 4%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연간 기준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달성하며 폭스바겐그룹(약 15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6.8%로 폭스바겐(2.8%)의 두 배를 웃돈다. 높은 관세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구조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027년형 텔루라이드·관세 변수… 향후 관건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영업 담당 부사장은 “완전히 새로워진 2027년형 텔루라이드가 미국 자동차 매체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KB증권도 현대차·기아의 1~2월 합산 도매 판매량이 기존 예상치를 3.6%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변수도 남아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금리 환경은 하반기 수요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CEO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도 회복탄력성을 입증했다”며 “SUV 수요와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균형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월의 일시적 숫자 후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사상 최고 1분기 실적으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재확인했다. 하이브리드와 SUV를 양축으로 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전략이 관세 변수와 시장 불확실성을 넘어 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