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판매량이 아닌 ‘수익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판도를 다시 썼다.
2025년 영업이익 기준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일본 토요타그룹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 것이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로 7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떠안으면서도 이뤄낸 성과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판매량 3위, 영업이익 2위의 역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은 89억유로(약 15조2000억원)로 현대차그룹에 역전당했다. 글로벌 판매량 3위인 현대차그룹이 연간 영업이익에서 2위인 폭스바겐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영업이익 4조3128억엔(약 40조2000억원)을 기록한 토요타그룹이 지켰다.
현대차그룹이 거둔 성과는 단순한 ‘판매 실적’이 아니라 ‘전략의 승리’로 해석된다. 2025년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727만대를 판매해 도요타그룹(1132만대), 폭스바겐그룹(898만대)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경쟁사보다 적은 차량을 팔고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긴 셈이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에서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폭스바겐(2.8%)을 압도했다. 도요타(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유럽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의 가격 공세와 미국 관세라는 이중 타격에 휘청였다. 폭스바겐그룹은 전동화 전략을 고수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5% 급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7%, 볼보는 99% 감소하는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하이브리드·프리미엄 투트랙 전략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비결은 명확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 국면에서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과감히 확대한 동시에,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을 높인 것이다.
관세를 감안해 미국에서 가격을 인상한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하이브리드카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2025년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183만6172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프리미엄 전략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판매량이 413만대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SUV와 제네시스 등 고마진 차량 비중을 높여 매출 186조2545억원을 달성했다. 단순히 ‘많이 파는’ 전략에서 ‘제대로 팔아서 남기는’ 수익성 경영으로 전환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토요타그룹의 관세 부담이 1조2000억엔(약 11조200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그룹이 7조2000억원의 관세를 감내하면서도 수익성을 지켜낸 것은 더욱 눈에 띈다.
2026년 공격적 신차 라인업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2026년에도 공격 기조를 이어간다.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2% 늘어난 750만8300대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신차 공세를 예고했다.
2분기 준중형 세단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3분기 투싼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고, 제네시스는 GV80와 G80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제네시스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도 출격을 앞두고 있으며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필두로 EV2, 셀토스 등을 연이어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폭스바겐과의 판매량 격차는 2023년 193만대에서 2024년 179만대, 2025년 171만대로 꾸준히 좁혀졌다.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경쟁력과 프리미엄 전략이라는 두 날개로 글로벌 톱3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