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HS, 안전 기준 강화 “연간 1만 명 생명 구한다”…과속·음주운전 사라질까?

IIHS, 신차 안전 기준 대폭 강화
과속·음주운전 감지기술 의무화
교통사고 사망자 30% 감소 기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오는 2027년부터 신차에 적용할 새로운 안전도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핵심은 차량에 지능형 속도 보조 장치(ISA)와 알코올 감지 시스템이 모두 탑재되어야 최고 등급인 ‘Top Safety Pick+’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음주 운전 반대 단체인 ‘MADD(Mothers Against Drunk Driving)’와의 회의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IIHS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북미에서 연간 최대 1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과속·음주 감지 기술, ‘선택’ 아닌 ‘필수’

IIHS는 “자동차가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지만, 과속과 음주 운전이 여전히 주요 교통사고 원인”이라며 이 같은 기준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2027년부터는 사실상 음주 감지 기능과 과속 방지 시스템이 없는 차량은 최고 안전 등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향후 신차에 관련 기술을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IHS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203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30% 줄이겠다는 ‘30×30 비전’의 일환”이라며, “그동안 차량 구조나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개선했듯, 이제는 위험한 운전 습관 자체를 통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은 이미 시행… 미국은 일부 주부터 시작

현재 미국 연방 법규상 이 기술들의 장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몇몇 주에서는 2026년부터 과속 운전자에 한해 ISA 장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ISA 장치 장착이 의무화됐다. 이 장치는 운전자가 속도 제한을 초과하면 경고음을 울려 운전자의 행동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과속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않지만, 불쾌한 소음으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을 지키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감지 기술 역시 향후 차량 안전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 이상일 경우, 차량이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IIHS는 이러한 기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될 경우 미국 내 음주 운전 관련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 진보 이끌어내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

한편 과거에도 IIHS는 안전도 평가 기준을 강화하며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유도해왔다. 실제로 차량 충돌 테스트 기준이 강화되면서 에어백과 차체 구조 개선이 빠르게 이뤄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평가 기준이 바뀌면 제조사들은 ‘Top Safety Pick+’ 등급을 받기 위해 관련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탑재하게 된다. 이는 곧 도로 위 전체 안전 수준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IHS 관계자는 “이는 자동차 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기준으로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조사들을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