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산업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사상 최악의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주요 7개사가 지난해 4~12월 동안 총 2조1천억엔(약 19조8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3일 보도한 분석 결과, 이는 해당 기간 영업이익을 약 30% 감소시킨 수준이며 미국 의존도가 높은 마쓰다(30%)와 경영난 중인 닛산은 작년 4~12월 결산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한 스바루 역시 북미 시장 비중이 큰 탓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으며 업계 1위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관세 부담이 마진을 압박하는 등 수익 창출에 제동이 걸렸다.
4월 27.5% 폭탄 관세, 9월 15%로 완화
미국은 본래 일본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추가 관세를 결정하면서 세율이 27.5%로 급등했다. 이는 미국 국방안보 관련 통상법인 제232조를 근거로 한 조치였다.
일본 업체들은 미국 내 판매 자회사로 차량을 수출할 때 이 관세를 직접 부담해야 했고, 판매가 인상 없이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구조에 직면했다.
이후 일본은 7월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며 5천500억 달러(약 79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 대가로 9월 중순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아졌다.
한국과 EU도 비슷한 시기 같은 수준의 상호 관세(15%)에 합의했다. 하지만 4월부터 9월 중순까지 27.5% 관세 기간 동안 일본 업체들은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엔고 겹악재… 5조원 추가 손실
관세 외에도 엔화 강세가 실적을 짓눌렀다. 지난해 4~12월 평균 엔·달러 환율은 149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엔 강세를 보였다.
닛케이는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7개사의 영업이익이 5천300억엔(약 5조원) 이상 추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주력인 일본 업체들에게 엔고는 달러 환산 매출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중고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컸다. 마쓰다는 전체 판매량의 30%를 미국에서 거두고 있어 관세와 환율 변동에 극도로 취약했다.
스바루 역시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삼고 있어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도요타는 북미 하이브리드 수요 급증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나, 영업이익률은 예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2026년, 미국 시장 불확실성 지속
업계는 올해도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 통상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재조정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한국에 대한 25% 관세 재인상 발표가 있었던 만큼, 일본 역시 협상 이행 여부에 따라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계는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으로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막대한 투자 부담과 함께 기존 일본 공장의 가동률 하락이라는 과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