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를 이어가던 KG모빌리티(이하 KGM)와 르노코리아가 심상치 않은 지정학적 파고에 맞닥뜨렸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양 사의 수출 시나리오가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곳 통행량이 90% 이상 급감했다. 중동 수출 비중이 국내 완성차 업계 최고 수준인 KGM은 사태 장기화 시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GM, 수출 4대 중 1대가 ‘중동행’…업계 최고 의존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KGM의 전체 수출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5%에서 2025년 26.7%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절대 물량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2,360대에서 1만8,317대로 약 7.7배 폭증했다. 이는 현대차의 중동 수출 비중(약 7%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사실상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중동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이 KGM이다.
KGM은 올해 아프리카와 중동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묶어 전체 수출 8만2,000대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던 만큼, 사태 장기화는 연간 목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우디 KD 공장 가동 목전…뱃길 막히면 조립 라인도 멈춰
KGM이 더욱 발을 구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는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반제품조립(KD) 공장 생산 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렉스턴과 무쏘 등 연간 3만 대 규모를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은 2026년 3,300대, 2027년 8,010대 생산을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KD 전략은 현지 관세와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부품 조달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생산성 향상 속도에 당장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며 “KGM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교하게 설계된 원가 절감 전략을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위안거리도 있다. 중동 전체 수출(1만8,317대) 중 튀르키예 물량이 1만3,337대로 약 72.8%를 차지한다. KGM 관계자는 “튀르키예는 현재 전쟁 피해가 없고, 나머지 물량은 인근 아프리카 등으로 우회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반등 가속 페달 밟던 찰나…타이밍 최악
한편 르노코리아 역시 중동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타이밍이 최악이다. 중동 수출 비중이 2021년 2.2%에서 2024년 13.9%까지 치솟았다가 2025년 6.4%로 반토막 난 상태였다. 절대 물량으로는 9,316대에서 2,304대로 75% 이상 급감한 수치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5월 ‘그랑 콜레오스’를 중남미와 중동 13개국에 수출하기 시작해 24개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며 수출 반등을 꾀하고 있었다. 올해 1월 부산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한 신차 ‘필랑트’ 역시 내년 중동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반등을 위해 밟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야 할 처지가 됐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전문가들은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원재료 비축분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원가 부담이 올라 소비자 가격에도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업계 관계자 역시 “모든 리스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다양한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