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주력 미니밴 카니발이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대규모 집단 소송 본안 재판을 앞두게 됐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전동시트 끼임 사고로 2세 여아가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 직후, 같은 그룹 계열사의 핵심 패밀리카가 또다시 아동 안전 결함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두 모델은 북미와 국내 시장에서 가족형 차량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번 사태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패밀리카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 기아 기각 신청 거부…본안 재판 공식 개시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연방지방법원의 스테파니 A. 갤러거 판사는 카니발 소유주 레이첼 랭거한스 등이 제기한 집단 소송과 관련해 기아 측의 소송 기각 신청을 최종 거부했다.
갤러거 판사는 원고가 실제 신체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결함이 있는 차량을 구매한 행위 자체가 ‘차량 가치 하락’이라는 경제적 피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2022~2023년형 카니발의 자동 슬라이딩 도어에 탑재된 ‘핀치 센서(Pinch Sensor)’ 결함 의혹이다.
핀치 센서는 문이 닫힐 때 장애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안전 장치로, 어린이나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핵심 기능이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는 관련 결함으로 팔·어깨 끼임 등 최소 9건의 인명 피해가 공식 보고된 상태다.
리콜 후에도 ‘근본 결함’ 미해결 논란
기아는 2025년 4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을 통해 경고음 추가와 도어 폐쇄 속도 저감 조치를 취했으며, NHTSA 승인까지 받았다고 주장한다.
자체 조사에서도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재판 과정에서 제3의 엔지니어링 업체와 생체역학 전문 기업을 고용해 어린이 신체 모형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설계 안전성 입증에 주력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경고음 추가와 속도 저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도어가 닫히는 과도한 힘과 센서의 근본적 오작동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원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 신청을 거부했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수만 명에 달하는 현지 카니발 차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 소송으로 번질 전망이다.
한편 팰리세이드의 영아 사망 사고와 카니발의 핀치 센서 집단 소송 등이 맞물리면서 현대차그룹의 품질 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대한 분수령에 서게 됐다.
특히 가장 안전해야 할 패밀리카에서 연이어 아동 관련 안전 결함이 불거진 만큼, 법적 분쟁 결과와 별개로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