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오는 4월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 SUV ‘EV2’를 투입한다. 기본형 시작 가격은 2만6600유로(약 4,600만 원),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은 3만3490유로(약 5,800만 원)로 책정됐다.
이번 출시는 단순한 신차 론칭이 아니다. 빠르게 세를 불리는 중국 BYD를 정면 견제하는 동시에, 유럽 전기차 시장의 반등 흐름에 올라타려는 기아의 ‘유럽 승부수’로 풀이된다.
B·C 세그먼트 경계 공략…전략형 모델의 탄생
EV2는 B세그먼트와 C세그먼트 사이의 컴팩트 구간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이다. 유럽은 소형차 선호도가 높고, 해당 세그먼트가 현지 전기차 판매 증가세를 이끄는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배터리는 42.2kWh 표준형과 61.0kWh 고용량 두 가지로 구성된다. 초기에는 ‘에어’와 ‘어스’ 트림이 먼저 공급되며, 연말까지 전 트림이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EV2는 유럽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됐으며, 올해 초 브뤼셀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됐다. 기아는 EV3(2024년), EV4·EV5(2025년)에 이어 EV2까지 더하며 2030년까지 총 13개 전기차 모델을 구축한다는 라인업 다층화 전략을 이행 중이다.
BYD 돌핀과 정면 충돌…가격·정책 모두 변수
경쟁 구도는 만만치 않다. 르노 ‘르노4’, 폭스바겐 ‘ID.크로스’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가 이미 해당 세그먼트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여기에 중국 BYD의 ‘돌핀’이 거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BYD 돌핀의 현지 가격은 2만6990유로로, EV2 기본형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BYD는 여기서 4,000유로 이상의 추가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마진율을 포기하면서까지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시장 침투 전략이다. 실제로 BYD는 지난 1월 유럽에서 한 달 만에 2만8,3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13% 급증, 점유율 4위(8.6%)를 기록했다.
그러나 EU의 로컬 콘텐츠 규정이 기아에게 구조적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전기차가 각국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부품의 70% 이상을 EU 역내에서 생산·조달해야 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YD는 헝가리 공장 가동을 2027년으로 예정 중인 반면, 기아는 이미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보조금 수혜에서 약 1년의 시간 갭이 발생하는 셈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 반등…기아 목표치 현실화되나
시장 환경도 기아에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기준 188만대를 기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17.4%로 전년(13.6%) 대비 3.8%p 상승했다. 올해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 4분기에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가솔린차를 처음으로 앞질렀고,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재도입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2로 유럽에서 10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올해 유럽에서 EV 판매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성장률도 10%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