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기준 7,500만~8,500만 원을 호가하는 플래그십 세단을 2,000만 원대에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기아 K9이 중고차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하이랩 기준, 2026년 1월 한 달간 경기도에서만 93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경남 41건, 경북 39건, 서울 35건이 뒤를 이으며 전국적으로 수요가 고르게 분포됐다. ‘아반떼 값이면 K9을 산다’는 입소문이 실제 거래 데이터로 증명되는 셈이다.
신차의 절반 이하 가격…감가는 지금도 진행 중
2026년 3월 하이랩 인증중고차 기준, 2018~2021년식 3만km 무사고 K9의 시세는 2,457만~5,062만 원이다. 1만km 이하 저주행 차량은 2,575만~5,322만 원, 10만km 이상 고주행 차량은 1,928만~4,069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주목할 점은 감가 속도다. 불과 4개월 전인 2025년 11월 동일 기준 시세는 2,483만~5,449만 원이었다. 4개월 만에 최대 400만 원이 추가로 빠진 것이다.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90 역시 출고가 9,000만 원대에서 3~4년 후 2,000만 원대 후반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며, 국산 플래그십 세단 전반의 감가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장 5,120mm, 370마력…스펙은 여전히 현역급
K9의 주력 파워트레인은 3,342cc V6 람다II 싱글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370마력(6,000rpm), 최대토크 52.0kgf·m(1,300~4,500rpm)의 넓은 토크 밴드를 자랑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되며 후륜구동(FR) 또는 AWD를 선택할 수 있다.
차체 규격도 압도적이다. 전장 5,120mm(더 뉴 K9 이후 5,140mm), 전폭 1,915mm, 휠베이스 3,105mm의 풀사이즈 후륜구동 세단으로, 현재 신차 시장에서도 동급 수준의 스펙이다.
연식별 선택지도 다양하다. 2021년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에는 3.8L 자연흡기(315마력)와 V8 5.0L(425마력) 엔진도 존재하며, V8 모델은 2021년 이후 단종됐으므로 해당 파워트레인을 원한다면 2020년식 이전 물량을 찾아야 한다.
구매자의 61%는 40~60대 남성…’아빠 세단’으로 자리잡다
한편 K9 중고차 구매자 프로필은 놀라울 만큼 명확하다. 50대 남성이 2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40대 남성 22.2%, 60대 남성 12.2%가 뒤를 잇는다.
여기에 40~60대 남성 합산 비중이 61.8%에 달해 사실상 ‘아빠 세단’으로 시장에서 포지셔닝된 모습이다. 여성 구매자 중에서도 50대가 7.3%로 최다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거래된 연식은 2018년식으로, 6개월 누적 141건(전체 거래의 35.3%)을 기록했다. 이는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지만 신차 대비 감가폭이 커 가성비 면에서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구매 전 점검은 필수다. 전동 트렁크·파워시트·에어서스펜션 등 전동 편의 장치가 많아 전자 계통 이상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하며 전장이 5,100mm를 넘어 도심 주차와 좁은 골목 진입에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