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특히 전기 화물차 부문은 45개 지자체에서 조기 마감이 예상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8일 기후환경에너지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 160개 지자체 중 30곳에서 전기 승용차 보조금이 사실상 마감 단계에 들어섰다.
지역별 보조금 전쟁, 전주시는 배정 대비 249% 초과
이번 현상은 2025년 하반기 보조금 소진으로 구매를 미뤘던 물류·운송업계의 대기 수요가 올해 초 집중된 결과다. 여기에 기아의 첫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가 상용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며 수요를 더욱 가속화했다. 지난달 PV5는 3,967대가 팔리며 국내 완성차 5개사 전기차 모델 중 판매 1위를 기록했고, 1~2월 누적 판매량은 4,993대에 달한다.
지역별 보조금 초과 신청 현황을 보면 전기 화물차 수요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전북 전주시는 120대 배정에 299대가 접수되며 249%의 초과율을 기록했다. 대전광역시(161대 배정, 225대 접수), 경기 남양주시(230대, 281대), 충남 아산시(100대, 157대), 경북 포항시(150대, 219대)도 배정 물량을 크게 초과하는 신청률을 보였다.
전기 승용차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160개 지자체 중 30곳에서 이미 보조금 배정 물량이 소진됐거나 잔여 물량이 1대 미만으로 사실상 마감됐다. 2025년 일부 지자체에서 7월 중순에 국가 보조금이 조기 소진된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는 더 빠른 속도로 예산이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
PV5 돌풍과 가격 전략, 테슬라 6,600대 격차로 제쳐
기아는 2월 국내 시장에서 총 1만4,488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월간 전기차 판매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단일 브랜드 기준 월 1만대를 넘어선 것은 기아가 처음이며, 수입 전기차 강자 테슬라를 6,600대나 앞질렀다.
이 성과의 핵심에는 PV5 카고 모델이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PV5 카고는 3월 국내 시장에서 3,607대가 팔리며 상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가격 인하 전략도 주효했다. 기아는 준중형 전기 SUV EV5 롱레인지 모델을 280만원, EV6를 300만원 인하했고, 2026년식 EV3·EV4는 가격을 동결했다.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도 각각 4위와 6위에 올라 전기 상용차 라인업 확대의 효과를 입증했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보조금 소진으로 대기했던 수요가 올해 초 집중됐다”며 “PV5 파생 모델 출시로 선택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소진 후 ‘보조금 공백’ 우려…서둘러야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기 차종과 수도권 지자체의 보조금이 늦어도 8월까지 소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2분기(4~6월)는 날씨 개선에 따른 본격적인 전기차 구매 시즌으로, 보조금 신청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2026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2만2,526대로 설정했지만, 승용차 1만500대, 화물차 1,200대 등 차종별 예산이 조기 소진될 경우 추가 예산 편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물류·운송업계는 PV5와 같은 전기 상용차의 운영비 절감 효과(유류비 대비 70% 수준)와 보조금 혜택을 동시에 노리며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지자체별 예산 규모와 신청자 집중도 차이가 크므로, 광역시와 경기권은 더욱 빠른 소진이 예상되는 반면 일부 소규모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수 있어 보조금 잔여 물량을 수시로 확인하고, 늦어도 상반기 내 신청을 완료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