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서비스망은 자동차 상품성의 마지막 퍼즐이다. 아무리 뛰어난 주행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춰도, 정비 거점이 사라지면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한국GM이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를 전면 폐쇄하면서, 국내 쉐보레 차주들 사이에서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정비 체계 개편을 넘어, 중고차 시세와 브랜드 신뢰도까지 동시에 흔드는 변수로 번지는 양상이다.
9개 직영센터, 2월 15일부로 전면 폐쇄
한국GM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신규 입고 접수를 중단한 뒤, 같은 해 2월 15일을 기점으로 서울·동서울·원주·인천·대전·광주·전주·부산·창원 등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 운영을 모두 마무리했다.
회사 측은 직영센터가 전체 정비 물량의 10% 미만을 처리하는 구조였고, 장기간 누적된 수익성 부담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세웠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GM이 직영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타 GM 사업장에서는 AC델코나 딜러사가 AS를 전담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GM은 이미 2025년 5월 28일, 부평공장 유휴 부지와 직영서비스센터 9곳의 매각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노조는 직영 정비 인력의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노사 합의로 4곳 재개…완전한 해소엔 물음표
갈등은 2026년 3월 10일 노사 합의를 통해 일부 봉합됐다. 9개 센터 중 4곳이 오는 4월 1일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대전·전주·창원에 60명 규모의 정비서비스 기술센터 3곳이 들어서고, 인천 부평공장 내에는 협력업체 기술 지원 및 보정 수리를 전담하는 하이테크센터 1곳(20명 규모)이 신설된다.
직영 정비 인력에게는 1인당 1,0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되며 전원 고용이 유지된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국 386개 협력 정비센터가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직영 체계에서 보장되던 정비 신뢰와 기술 지원 수준이 협력센터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세가 먼저 반응
서비스 인프라 변화는 즉각 중고차 시장에도 반영됐다. 케이카의 3월 시세 전망에서 쉐보레 차종별 흐름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미국 생산 수입 모델인 트래버스·더 뉴 트래버스와 국내 판매가 종료된 말리부 계열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는 오히려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명성만이 아니라, 향후 정비 편의성과 부품 수급 가능성까지 가격에 선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수입 모델은 직영센터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서비스 공백 우려가 시세 약세로 직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한국GM 직영서비스센터 폐쇄는 사후 서비스가 자동차 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따라서 쉐보레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이제 가격이나 디자인만 볼 것이 아니라 차종의 생산지, 부품 수급 여건, 인근 협력센터의 정비 역량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