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한국 중고차 수출 산업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500대 이상의 차량을 실은 선적물이 바다 위에서 발이 묶였고, 인천 차량 보관 단지에서는 차량의 70% 이상이 출항조차 못 한 채 대기 중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이밍이다. 현재(3월)는 중동 지역의 여행·건설 활동이 활발해지는 성수기의 시작점으로, 업계가 연간 최고 수익을 기대하는 골든 타이밍이다. 전쟁이 정확히 이 시기를 겨냥한 셈이다.
흔들리는 190억 달러 산업
한국과 일본의 중고차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합산 19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은 88만 3,000대를 수출했으며, 3분의 1 이상인 약 29만 4,000대 이상이 중동으로 향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UAE(아랍에미리트)는 지난해 일본 중고차 수출의 최대 목적지로, 22만 4,000대(전체 수출량의 약 15%)를 흡수했다.
중동 시장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은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유일한 해상 통로가 현재 사실상 막혀 있다.
중동 전쟁 관련 피해 접수 현황도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월 28일부터 3월 25일까지 접수한 피해 건수는 총 379건이며, 이 중 251건(약 66%)이 운송 차질·대금 미지급·물류비 상승 등 직접적인 피해로 분류됐다.
현장은 이미 공황 상태
중동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은 현대차 아반떼 MD와 기아 K3다. 내구성이 검증된 이 차량들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주요 수출국에서 꾸준한 수요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보관소에 묶인 채 매달 막대한 유지비를 발생시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한 차량을 보관하는 데 매달 약 4,0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며 “분쟁 발생 시점이 하필 가격 상승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손실은 배가된다”고 밝혔다.
혼란을 틈타 차량당 5,000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하며 파키스탄·중국 항구로 화물을 우회하자고 제안하는 업체까지 등장했고 일부 일본 해운사들은 항만 혼잡으로 인한 공황 속에 선적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대안 없는 업계, 폐차 위기까지
한편 일부 업체들은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대체 시장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선적을 전환할 수는 없다”며 “추가 판매량을 흡수할 만한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법적 리스크도 현실로 다가왔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수출용 중고차는 국내 등록이 말소돼 국내 판매가 불가능하며, 1년 안에 수출하지 못할 경우 폐차 처리해야 한다. 현재 보관 중인 수십만 대가 이 기한을 넘기면 대규모 폐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원부자재 전략 비축, 공급선 다원화,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의 정책 지원을 긴급히 건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