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출 단가 하락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 신차 한 대당 수출 단가는 2만2,556달러로 전년 대비 2.1% 하락하며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수출 대수는 1.7% 감소에 그쳤으나 수출액은 3.8% 줄어든 617억1,702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보다 금액 감소폭이 더 컸다는 의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친환경차 수출 단가다. 2025년 친환경차 수출 단가는 2만8,704달러로 전년(3만383달러) 대비 5.5% 하락하며 3년 만에 3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전기차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친환경차가 수출 단가를 끌어올리던 구도가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업계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와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생산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86.8% 급감한 대미 전기차 수출, 단가 하락 주범
수출 단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대미 전기차 수출의 급격한 감소다. 2025년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1만2,166대로 전년(9만2,049대) 대비 86.8% 급감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9, EV6, EV9 등 현대차·기아 주력 모델의 수출 감소폭이 컸다. 아이오닉5는 3만1,507대로 57.6% 급감했고, EV6와 EV9는 각각 63.5%, 33.7% 감소하며 1만5,000대 규모에 그쳤다.
이들 모델은 모두 5,000만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로,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1.5~2배 높은 단가를 자랑하던 효자 상품이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1.5∼2배 수준으로 단가가 높은데, 고가 모델 수출이 대폭 줄면서 전체 평균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으로는 EV3, 캐스퍼 등 상대적으로 저가 모델 수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친환경차 수출 규모는 유지됐으나 평균 단가는 하락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 정책과 현지생산 확대의 이중 충격
대미 전기차 수출 급감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자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전기차 보조금을 철폐했고, 4월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관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현지 공장에서 아이오닉5, EV6, EV9 생산량을 늘리면서 한국에서의 수출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생산 구조 전환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부가가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2016년 1만4,264달러에 불과하던 자동차 수출 단가는 전기차 수출 본격화로 2021년 2만달러를 돌파했고, 2023년 2만3,269달러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24년 2만3,048달러로 하락 전환한 뒤 2025년 2만2,556달러로 2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고가 전기차의 해외 현지 생산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 회복 신호… 하이브리드가 돌파구
그러나 2026년 들어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26년 1월 자동차 수출액은 6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1.7% 증가하며 역대 1월 기준 2위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친환경차 수출액은 25억6,000만달러로 48.5%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17억1,000만달러로 85.5% 폭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사실이다. 전기차 수출도 7억8,000만달러로 21.2% 증가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업계는 이를 시장 다변화 전략의 성과로 해석한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중동, 중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각화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충격을 완화했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통상 환경 불확실성 완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견고한 친환경차 수요와 시장 다변화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유가 급등 시 해상운임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무역협회는 유가 10% 상승 시 한국 수출이 0.3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