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동으로부터의 나프타 공급 일정이 사실상 없다는 업계 보고가 나왔다.
이란발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이 막히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고, 석유화학을 넘어 반도체·자동차·건설까지 연쇄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이중고’…조업 중단 위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7일 이슈 보고서를 통해 중동발 충격이 국내 주력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나프타의 50% 이상, 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원료 공급 단절이라는 추가 타격까지 받고 있다. 성 연구원은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 중단과 운송비 폭등으로 이미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나프타 수입의 82.8%를 쿠웨이트·UAE·카타르 등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상, 공급이 끊기면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이 중단되고 합성수지·플라스틱 등 범용 소재의 수급 차질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 대체 루트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가 수배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반도체, 고환율 ‘방패’도 무력화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 연구원은 “플라스틱 내·외장재와 타이어 생산 원가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물류비·에너지 비용 상승분이 고환율로 인한 환 이익을 상쇄하면서 수출 단가 상승과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2·3차 협력사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임계치에 도달해 도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 대해서도 헬륨·특수가스 등 공정용 소재 공급 차질과 장비 운송 지연, 물류비 상승의 영향이 우려된다.
성 연구원은 “공급망이 단절되면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생산 비용이 평균 0.71% 오른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심리 비상계엄 이후 최대 낙폭…스태그플레이션 경고
한편 4월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 전망치는 95.9로 3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은 91.2로 5.6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4월 CBSI 전망 하락폭은 2025년 1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중동 전쟁 이슈는 유가 및 물류 이슈와 연결돼 제조업뿐 아니라 운수·창고업 등 비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조 원가 상승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 연구원은 “정부와 기업이 범국가 차원에서 공급망 위기 관리에 주력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 강화와 산업 구조의 체질 개선을 장기 과제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