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가 묶었더니 판매가로 장난?”…가격 오히려 올린 ‘배짱 주유소’ 200곳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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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 출처-연합뉴스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약 30년 만에 꺼내 든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카드가 현장에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제도 시행 나흘째인 3월 16일 기준, 오히려 가격을 올린 주유소가 200곳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3월 13일 0시부터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1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인하 효과는 있지만, ‘역주행’ 주유소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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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 출처-연합뉴스

3월 16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1만646개 주유소를 집계한 결과, 휘발유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8,628개소(81.04%), 경유를 내린 곳은 8,770개소(82.37%)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초기로는 상당한 침투율이지만, 역방향으로 움직인 주유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휘발유를 올린 주유소가 211개소(1.98%), 경유를 올린 주유소는 246개소(2.31%)로 확인됐다. 숫자는 소수처럼 보이지만, 절대 건수로는 200곳을 훌쩍 넘는다.

공급가 묶어도 판매가는 별개…구조적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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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 출처-연합뉴스

이번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소비자 판매가는 직접 규제 범위 밖에 있어, 공급가 인하분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구조적인 시차가 발생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시차를 일부 주유소가 활용해 공급가 인하와 무관하게 판매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충북 청주 알뜰주유소를 직접 방문해 “인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공개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단속과 인센티브 병행…관건은 2주 안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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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 출처-연합뉴스

정부는 3월 16일부터 2주간을 특별 단속 기간으로 지정하고 매점매석 및 부당 가격 인상 주유소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오일신고센터는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됐으며, 신고 접수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방침이다.

채찍만 꺼내든 것은 아니다. 가격을 많이 내린 주유소에는 ‘착한 주유소 인증 스티커’ 발급을 검토하는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1차 최고가격 적용 기간은 오는 3월 26일 만료되며, 이후 2주 단위로 재조정될 예정이다. 고급 휘발유(프리미엄)는 이번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속·인센티브 병행 전략의 실효성이 결국 공급가 인하분이 소비자 판매가로 얼마나 빠르게 흘러내려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는 가운데 30년 만에 부활한 가격 통제가 제한된 2주 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