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터치스크린이 자동차 실내를 장악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각각 물리 버튼 의무화에 나서면서, 터치스크린 중심 설계를 고수해온 완성차 업계가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운전 중 시선 이탈과 오작동 우려가 누적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커진 데다, 주요 시장이 법적 규제로까지 강화하면서 설계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시점(2026년 3월)을 기준으로 유럽 유로 NCAP 기준은 이미 시행 2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중국 규제는 1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결정적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중국, 2027년 7월부터 9개 필수 기능 버튼 의무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2027년 7월 1일부터 신규 생산 차량에 물리 버튼 탑재를 의무화한다. 대상은 방향지시등, 비상등, 경적, 와이퍼, 창문, 기어(P/R/N/D), ADAS, SOS, 전원차단 등 9개 핵심 항목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스와이프 방식의 기어 변속은 전면 금지되며, 물리 버튼은 최소 10mm×10mm 면적을 확보하고 햅틱 또는 청각 피드백 기능을 필수로 탑재해야 한다.
더 엄격한 조건도 포함됐다. 시스템 다운 상황에서도 필수 기능이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자 시스템 의존도가 높은 현대 자동차의 구조적 취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규제다. BYD, 지커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이미 대응 설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 NCAP, 5스타 조건에 물리 버튼 반영
유럽에서는 유로 NCAP이 2026년 1월부터 물리 버튼 보유 여부를 최고 안전 등급 기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방향지시등, 비상등, 경적, 와이퍼, eCall SOS 등 5개 기능에 대해 물리 버튼이 없으면 5스타 획득이 불가능하다.
이는 보험료와 중고차 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실상 강제 규제나 다름없다. 특히 테슬라처럼 스티어링 휠에 터치식 방향지시등을 적용한 방식도 이 기준에 저촉될 수 있다.
이처럼 터치스크린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아우디는 이미 콘셉트 C를 통해 물리 버튼 기반 디자인을 예고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 이미 방향 전환 완료… 선제 대응 주목
한편 현대차는 투싼 풀체인지와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에서 공조·미디어·주차 보조 기능의 물리 버튼과 다이얼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터치스크린 중심 설계가 대세였던 시기에 물리 버튼의 직관성을 강조한 선택이 규제 흐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도 물리 조작계와의 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반면 물리 버튼을 최소화해온 브랜드들은 설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차 개발 주기가 통상 3~4년임을 고려하면, 2027년 중국 규제 시행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이미 설계가 확정돼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페이스 설계 기준을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며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올해 하반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