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글로벌 쇼크
한국만 나홀로 호황
수입차 양극화 심화
독일 증시의 자존심이자 폭스바겐그룹의 황태자였던 포르쉐가 16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았다. 글로벌 인도량이 10% 넘게 증발하며 독일 우량주 지수(DAX)에서조차 퇴출당하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전 세계 부호들이 포르쉐 핸들을 놓으며 브랜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이 모든 비극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포르쉐 버린 중국·독일 부자들
포르쉐의 글로벌 몰락은 단순한 경기 침체 그 이상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26%)에서는 샤오미, BYD 같은 ‘소프트웨어 괴물’들이 내놓은 하이엔드 전기차에 안방을 내줬다.
여기에 본진인 독일(-16%)에서는 EU의 강력한 사이버 보안 규제 탓에 주력 모델인 마칸과 718의 판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기계적 완성도만 믿고 버티던 포르쉐의 ‘방패’에 거대한 균열이 생긴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높은 수입 관세 장벽과 예상보다 더딘 전동화 전환 속도에 발목이 잡히며, 2030년까지 판매량의 8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던 야심 찬 로드맵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실책이 만든 ‘한국의 기현상’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시장의 이 ‘공급 공백’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희소성’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남기 시작하자 포르쉐코리아는 역설적으로 한국 물량을 확보하며 전년 대비 30% 폭풍 성장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만 1만 746대가 팔려나가며 다시 한번 ‘1만 대 클럽’의 명성을 되찾았고 특히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 등 전기차 비중이 34%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전동화 실패 우려를 한국 시장이 홀로 떠받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신규 서비스 센터 확충과 개인화 주문 서비스인 ‘존더분쉬(Sonderwunsch)’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며, 단순한 판매량 증대를 넘어 ‘줄 서서 기다리는 브랜드’라는 독보적인 프리미엄 가치를 지켜낸 점도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911 출신 CEO 투입… 포르쉐의 ‘한국형 생존법’
한편 포르쉐AG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올리버 블루메 CEO를 물러나게 하고, 올해 1월부터 맥라렌 출신의 미하엘 라이터스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다만 새로운 경영진이 한국의 ‘비정상적 호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라이터스 신임 CEO가 고성능 하이브리드 기술의 권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연기관과 전기차 수요가 공존하는 한국은 그의 전략을 증명할 최적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트렌드와 정반대로 가는 한국 시장의 열기가 브랜드 부활을 위한 ‘럭셔리의 최후 보루’가 될지, 아니면 글로벌 불황의 마지막 전이 지점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