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 철수설 재점화
현대차·GM 동맹이 불붙인 의혹
2028년 약속 종료 ‘결정적 시점’
군산이 그랬다. 불 꺼진 공장, 한산한 거리, 떠나간 사람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남긴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았다. 그런데 비슷한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8121대. 연간 판매가 1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 노사 갈등, 그리고 2028년 ‘10년 잔류 약속’ 종료까지, 철수설을 둘러싼 변수들이 한꺼번에 폭발 직전이다.
자동차 업계 전반이 “군산의 악몽이 부평·창원·보령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직격탄과 악화된 내수
철수설에 불을 붙인 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차에 15% 관세를 최종 확정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졌다.
현대차나 기아는 내수 판매로 일부 손실을 만회할 여지가 있지만, 국내 판매 비중이 5%도 되지 않는 한국GM에는 치명적이다.
실제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2만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는 81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줄어, 연간 판매가 1만 대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사실상 수출 의존 기업이기에 이번 관세 부과는 생존을 뒤흔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28년 ‘10년 약속’ 종료와 노조 변수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은 약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GM과 ‘10년간 한국 잔류’ 조건을 붙였다.
이 약속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2028년 말이다. 그때부터는 산업은행의 비토권도 사라져 GM을 묶어둘 법적 장치가 없다. 여기에 노사 갈등 리스크도 겹친다.
최근 한국GM은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 매각과 부평공장 유휴 자산 처분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정비 품질의 일관성이 무너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장 이전이나 구조조정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철수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GM 동맹이 던진 파장
한편 현대차와 GM 본사가 최근 중남미 및 북미 시장용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GM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생산이 미국 현지에서 진행될 계획이어서, 한국GM의 역할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GM 최고 경영진은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한국GM은 오랫동안 효율적이며 품질 좋은 차량을 생산해왔다”며 장기 운영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군산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냉정한 시선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