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치 화면 달면 뭐 하나?”…중국차에 밀려 증발한 일본의 ‘전기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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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M, ‘아필라 1’ 개발 계획 전면 중단 / 출처-소니·혼다 모빌리티(SHM)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자동차 기업의 ‘드림 합작’이 출범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소니와 혼다가 2022년 9월 공동 설립한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SHM)’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전기차 개발과 판매 계획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첫 모델 ‘아필라 1’은 최소 8만9900달러(약 1억3500만원)의 판매 가격으로 미국 예약 판매까지 진행했으나 출시가 취소됐다. 2028년 이후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후속 모델도 모두 백지화됐으며, 사전 예약 고객에게는 전액 환불이 진행된다.

센서 40개·40인치 디스플레이…야심찼던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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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M, ‘아필라 1’ 개발 계획 전면 중단 / 출처-소니·혼다 모빌리티(SHM)

아필라 1은 2023년 공개 당시부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0개의 카메라와 라이다, 초음파 센서를 탑재한 고사양 ADAS 구성에, 40인치 필라투필라 LTPS TFT 디스플레이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 핵심이었다.

주행거리는 약 483km, 최대 1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소니의 AI·센서·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술과 혼다의 차량 설계·생산 노하우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와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청사진은 냉혹한 시장 현실 앞에 무너져 내렸다.

EV 캐즘·개발비 폭증…혼다, 69년 창사 첫 적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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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M, ‘아필라 1’ 개발 계획 전면 중단 / 출처-소니·혼다 모빌리티(SHM)

프로젝트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혼다의 재정 위기다. 혼다는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최대 6900억엔(약 6조5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955년 창사 이후 69년 만의 첫 적자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혼다는 이미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하던 ‘혼다 0 SUV’, ‘혼다 0 살룬’, ‘아큐라 RSX’ 등 전기차 3개 모델 개발을 3월 12일자로 중단한 상태였다. 아필라 백지화는 이러한 혼다의 EV 투자 전면 축소 기조가 합작사로 번진 결과다.

외부 변수도 컸다. 2024년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정체로 돌아선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 철회 우려로 북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사업성 계산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일본 BEV 전략의 민낯…중국에 뒤처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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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M, ‘아필라 1’ 개발 계획 전면 중단 / 출처-소니·혼다 모빌리티(SHM)

아필라 프로젝트 무산은 단순한 합작 실패를 넘어 일본 순수 전기차(BEV) 산업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HEV) 분야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BEV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는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의 대응은 뒤처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아필라의 고사양 센서와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했던 공급사들 역시 수년간의 투자비를 손실로 처리하게 됐다.

결국 소니·혼다 합작은 전략적 대형 JV도 모회사의 전략 수정 앞에서는 리스크 분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일본 전기차 산업이 하이브리드에서 BEV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아필라’의 좌초는 그 상징적 방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