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 19일 사이버트럭의 가격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 나섰다.
신규 저가형 듀얼 모터 사륜구동(AWD) 모델을 5만 9,990달러(약 8,660만 원)에 출시하고, 최상위 트림인 사이버비스트는 기존 11만 4,990달러에서 9만 9,990달러로 1만 5,000달러(약 2,167만 원) 인하했다.
이는 국내 제네시스 GV80의 시작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양 다운그레이드로 확보한 가격 경쟁력
이번 조치의 배경엔 심각한 판매 부진이 있다. 2025년 사이버트럭의 연간 판매량은 약 2만 237대로, 전년 대비 48.1% 급감했다. 특히 4분기에는 4,140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8.1% 폭락했다.
일론 머스크가 초기에 제시한 연간 25만 대 판매 목표의 8% 수준에 불과한 실적이다. 기가 텍사스 공장의 연간 생산 설비 용량 12만 5,000대 대비 가동률도 16~17%에 머물고 있다.
저가형 모델은 가격 인하를 위해 핵심 사양을 하향 조정했다. 기존 프리미엄 모델에 적용되던 에어 서스펜션 대신 어댑티브 댐퍼가 포함된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장착했으며, 실내는 비건 가죽에서 텍스타일 소재로 변경됐다.
여기에 후면 터치스크린과 뒷좌석 열선 기능도 제외됐다. 주행거리는 325마일(약 523km), 견인능력은 7,500파운드(약 3,400kg)를 확보했다. 특히 6개월 전 의무화됐던 1만 5,000달러 상당의 ‘럭스 패키지’가 폐지된 점이 주목된다.
이 패키지에는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이 포함돼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으나, 테슬라가 FSD를 월 99달러 구독제로 전환하면서 번들 판매 강제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2019년 공약한 3만 9,900달러보다 2만 90달러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회의적 전망과 시장 반응
투자자 게리 블랙(Future Fund LLC)은 “2026년에 사이버트럭 2만 5,000대 이상 판매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광고가 없다면 판매 모멘텀을 바꿀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며 할인 중심 마케팅보다 기능 중심 전략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더 유리해 실제 판매는 중간 사양(7만 9,990달러) 트림에서 주로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제시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저가 모델 출시가 기존 고가 모델 판매를 잠식하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포드 F-150의 시작 가격 3만 9,00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2만 990달러 비싸 대중 시장 진출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고 여기에 리콜 10회 근접, 후방 카메라·앞유리 와이퍼·가속 페달 고장 등 누적된 품질 문제도 소비자 신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다만 일론 머스크는 X 계정에 “딱 10일 동안만”이라는 짧은 문구를 게시하며 가격 인하의 일시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가격대에서 얼마나 많은 수요가 발생하는지에 달렸다”고 조건부 표현을 사용해, 향후 정책이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며 추가 인하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시적 전략과 사업 방향 전환 신호
한편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둔화 속에서 휴머노이드 로봇(테슬라봇) 사업과 자율주행 부문으로 사업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다.
사이버트럭의 판매 부진이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닌 시장 수용성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 만큼, 이번 가격 인하가 판매 회복의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수 개월간의 판매 실적이 결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품질 신뢰도, 경쟁사와의 가격 격차, 브랜드 가치 희석 등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