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없으면 안 팔린다?”…보조금 끊기자 민낯 드러난 전기차 시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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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10년 만에 역성장 (출처-스텔란티스)

미국 전기차 시장이 10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2025년) 미국에서 신규 등록된 순수전기차(BEV)는 125만8000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수소전기차(FCEV)까지 포함한 전기동력차 전체로는 오히려 2.6% 역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분석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속되던 성장세가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위축의 직접적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액공제 폐지다. 2025년 9월 30일부로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에 이르던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실질 구매 가격이 평균 16% 상승했다.

특히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고,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낙폭이 48%에 달했다.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했던 미국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보조금 폐지 후폭풍, 4분기 판매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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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주력 전기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 결정 (출처-포드)

세액공제 폐지 여파는 제조사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포드는 주력 전기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을 결정하며 지난해 195억 달러(약 28조원) 손실을 감수했다. 스텔란티스는 260억 달러(약 37조6000억원), 혼다는 19억 달러(약 2조7500억원) 규모의 자산 상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 빅3가 전기차 전환을 위해 투입한 수백억 달러의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비가 매몰 비용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보조금 없이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아직 시기상조였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라고 분석했으며 전기차 점유율도 2024년 8.0%에서 지난해 7.8%로 하락했다.

소비자는 하이브리드로… 27.6%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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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

전기차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HEV)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05만대로 전년 대비 27.6% 급증하며 신차 시장의 12.7%를 차지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레인지 앵시어티)을 해소하면서도 연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반면 PHEV는 17.2%, FCEV는 42.5% 급감하며 전동화 기술 선택의 현실적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계 브랜드는 이런 변화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3만대를 판매하며 전체 전기차 시장 점유율 8.5%로 3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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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출처-기아)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아이오닉 5를 현지 생산해 BEV 판매가 2.7% 증가했고, 기아는 스포티지·쏘렌토 PHEV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 호조로 감소폭을 방어했다. 이처럼 유연한 모델 믹스 전략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해법이 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수출 26만대 수준 정체… 체질 개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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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EVX (출처-KG모빌리티)

한편 미국 시장 위축은 국내 완성차 업체 수출에도 직접 타격을 줬다.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등 국내 4사의 전기차 수출 대수는 2023년 34만6880대에서 2024년 26만2872대로 24.3%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도 26만1943대로 사실상 정체됐다. 2년 연속 26만대 수준에 머물며 성장 동력이 꺾인 것이다.

이에 업계는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시장 주도형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며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B)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26년 미국 시장은 정부 보조금 없이 제품 경쟁력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 기술 투자를 지속하되, 단기적으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모델 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