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중고차 수출업계에 전례 없는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해상 운임이 최대 4배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기지인 인천항의 중동행 물동량이 사실상 멈춰서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중동으로 중고차를 보내는 뱃길이 막힌 건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UAE 115%, 요르단 101%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중동 수출이 한순간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인천항 직격탄…중동 수출 30% 이상 ‘묶여’
전국 중고차 수출 물동량의 약 70%를 처리하는 인천항은 이번 사태의 핵심 피해처다. 지난해 인천항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총 62만8,000대에 달했으며, 이 중 리비아(14만6,000대), UAE(5만5,000대), 요르단(3만1,000대) 등 호르무즈·홍해 항로 영향권 국가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이 항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요르단과 UAE 수출이 각각 101%, 115%씩 급증하면서 업계의 중동 집중도가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봉쇄 사태가 터진 것이다.
한국중고차수출조합 박영화 회장은 “중동 거래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우려를 전했다.
컨테이너 운임 4배·쇼링 해제 비용까지…이중고 직격
특히 비용 구조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기존 인천~호르파칸(UAE 우회 항구)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은 1,500~1,600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6,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내륙 운송 비용까지 합산하면 약 1억2,000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여기에 운항 취소로 인한 ‘쇼링(차량 고정 작업)’ 재해체 비용도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쇼링을 풀 때 차량 한 대당 70만~8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인천에서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지난 1월 말 선적한 컨테이너 17개가 인도 뭄바이 인근 해상에 묶여 있다”며 경영 부담을 토로했다.
2024년 홍해 사태 당시 삼성전자의 물류비가 전년 대비 71.9% 증가한 2조9,602억 원에 달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중소 수출업체 중심의 중고차 업계가 받는 체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자금 경색·항로 장기화…구조적 해법 시급
물류 지연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현금 흐름 경색으로 직결된다. 중고차 수출은 항만 도착을 기준으로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여서, 운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업체의 자금 순환이 즉각 악화된다.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송 기간이 한 달가량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업계에서는 선사가 임의로 부과하는 전쟁위험할증료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도 대체 루트 확보와 비용 지원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을 처리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는 특정 항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국내 중고차 수출 구조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수출 다변화 전략과 정부 차원의 선제적 물류 지원 체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