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차를 구매하려는 20대 소비자들이 경차 대신 중고 소형 SUV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전반적인 중고차 시세 하락장 속에서도 1,500~2,000만 원대 소형 SUV만큼은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새로운 주력 세그먼트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중고차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대 구매자 23.4% 급증, 경차 수요 대체
지난 2일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가 국내 출시 10년 이내 740여 개 모델의 최근 시세를 분석한 결과, 국산차와 수입차의 전체 시세는 각각 0.3%, 0.9%씩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소형 SUV 세그먼트는 뚜렷한 상승세를 그렸다. 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가 3.6% 상승하며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고, 트레일블레이저(2.5%), 르노코리아 XM3(1.3%)가 뒤를 이었다.
여기에 기아 니로(0.4%), 현대차 코나(0.3%), 더 뉴 셀토스(0.2%) 등 주요 인기 모델들도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이 같은 소형 SUV 강세는 첫 차 구매층의 선택 기준 변화와 직결된다.
2026년 1월 중고차 시장에서 20대 연령대 거래량은 전월 대비 23.4% 급증했다. 새해를 맞아 차량 연식 변경으로 중고차 감가가 이뤄지는 1월의 특성을 노린 ‘실속형 구매’가 유입된 결과다.
이들은 과거 경차를 선택했던 가격대(1,000~1,500만 원)에서 300~500만 원만 더 투자하면 세단 대비 넓은 시야 확보와 우수한 공간 활용도를 제공하는 소형 SUV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는 패밀리카로도 활용 가능한 적재 공간과 주행 성능을 갖추면서도 연비 효율이 준수해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1월 기준 전체 신차 등록 차종 중 SUV가 6만2,289대로 세단(3만3,770대)을 압도한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조은형 케이카 PM팀 애널리스트는 “경차 대신 소형 SUV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성수기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수입차·전기차는 약세, 프로모션과 가격 경쟁 여파
반면 수입차와 전기차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연초부터 이어진 신차 프로모션의 영향으로 벤츠 E-클래스 W213(-2.1%)과 BMW 5시리즈 G30(-1.8%) 등 주력 모델의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다.
프리미엄 세단 수요가 실용성 중심의 소형 SUV로 이동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는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3.2%)와 기아 더 뉴 EV6(-4.6%) 등 주요 모델의 가격 조정이 계속됐다. 테슬라발 신차 가격 인하 경쟁이 중고차 시장까지 파급 효과를 미친 것이다.
1월 테슬라의 실거래 대수가 전월 대비 24.5% 급감한 것은 새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발표 대기로 인한 구매 보류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조 애널리스트는 “전기차는 제조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쉐보레 대형 SUV 급락, 브랜드 리스크 현실화
한편 1월 전체 중고차 거래량은 18만9,931대로 전월 대비 1.5% 하락했으나, 소형 SUV 세그먼트는 이 같은 전체 흐름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브랜드별 정비 환경 변화나 단종 이슈도 시세에 직격탄을 날렸다. 쉐보레 더 뉴 트래버스와 트래버스는 각각 7.7%, 5.5% 급락했다.
또한 더 뉴 말리부(-4.2%)도 시세 방어에 실패했는데 이는 GM의 국내 사업 축소 우려가 중고차 잔존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