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끝자리를 모르면 출근이 막힐 수 있다. 지난 25일 0시, 15년의 공백을 깨고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전격 부활한 것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가 발령되면서 정부가 에너지 절약 대응계획을 본격 가동한 결과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지침을 넘어 재계·금융권까지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냈다.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이 사회 전반에 빠르게 공유되는 모습이다.
2011년 이후 처음…이번엔 ‘징계’까지 명시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월요일 1·6번, 화요일 2·7번, 수요일 3·8번, 목요일 4·9번, 금요일 5·0번으로 배정된다.
공공기관 공용차는 물론 임직원 출퇴근 차량까지 적용되며, 전기차·수소차·장애인용 차량·임산부 및 미취학 아동 동승 차량은 공식 제외 대상이다.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강제성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반복 적발 시 징계 처분을 명시해 이행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제주도는 중앙 정부보다 이틀 앞선 23일부터 시행에 돌입했으며, 공공기관 차량 운행량 2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485개 한경협 회원사·삼성·SK까지 움직여
민간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85개 회원사에 에너지 절감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HD현대는 10부제, GS그룹은 5부제를 즉각 도입했으며, 삼성은 10부제, SK는 5부제와 10부제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임직원 차량 5부제와 전력 절감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상위 50개 기업에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고, 목표 달성 시 융자 우선 지원이라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은행장도 대중교통으로…금융권도 동참
한편 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우리금융 등 5대 금융그룹도 25일부터 임직원 업무용 및 출퇴근 차량을 대상으로 5부제 시행에 들어갔다.
일부 금융기관은 5부제 위반 차량에 주차 제한을 적용해 실질적인 이행을 강제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등 공공 금융기관은 기존 5부제를 외부 방문 차량까지 확대 적용했다.
공급 측면의 보완책도 병행된다. 정비 중이던 원전 5기가 5월까지 조기 재가동에 들어가고, 노후 석탄 발전소 3기의 가동 연장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