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에 민간 차량 5부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월 17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전기차와 수소차를 차량 5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7·8조가 법적 근거로, 실제 시행 시에는 1주일 전 고시가 의무화된다.
번호판 끝자리로 평일 1일 운행 제한…교통량 20% 감소 효과
차량 5부제는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평일 5일 중 하루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끝번호 1·6은 월요일, 2·7은 화요일에 운행이 금지된다. 이 조치만으로 전체 교통량을 약 20%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부제 외에 10부제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약 2개월간 10부제를 시행한 전례가 있지만, 기후부는 “필요한 수준에서 최소 범위로 적용”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행 여부와 기간, 적용 제외 대상 등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전기차 200만 대 시대, ‘예외’ 논리와 형평성 충돌
정부가 전기·수소차를 제외하려는 근거는 두 가지다. 석유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친환경차 전환 정책과의 일관성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0만 대를 돌파한 상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전기 생산 과정에서 여전히 화석연료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오너는 사실상 간접적으로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다는 논리다. 내연기관차 오너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35년 만의 민간 확대…생계형 차량 예외 범위가 관건
공공기관은 현재도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차량 5부제를 시행 중이다. 이번 민간 확대는 1991년 이후 35년 만의 전면 시행을 의미한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주 내 에너지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딜레마는 예외 범위 설정이다. 출퇴근 필수 차량 이용자,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 거주자, 택시·생계형 화물차 종사자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예외가 넓으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좁으면 사회적 저항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확충과 유류세 추가 인하 등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유가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확대, 비상 에너지 비축분 방출, 추가 원유 공급선 발굴 등 에너지 안보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차량 5부제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된 만큼, 실제 시행 여부는 이란전 추이와 국제유가 흐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