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담에 아우디 미국 공장 보류
점유율 10% 포기하고 실리 경영 전환
폭스바겐 5개년 투자 규모 대폭 축소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압박에 직면해 아우디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섰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그간 미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노려온 아우디의 공격적인 행보가 관세 장벽이라는 암초를 만나 ‘내실 다지기’로 급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믿을 수 있는 사업 환경 없으면 투자도 없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루메 CEO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사업 환경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장기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사업 여건이 필수적”이라며, 현재와 같은 관세 부담 상황에서는 수조 원이 투입되는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작년 1~9월 사이에 지불한 관세 비용만 21억 유로(약 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메 CEO는 과거 세웠던 미국 시장 점유율 10% 달성 목표에 대해서도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점진적이고 보수적인 성장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우디의 구조적 딜레마… 현지 공장 부재와 멕시코 생산의 한계
아우디는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달리 미국 현지 생산 기지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그간 미국 시장 내 주력 모델인 Q5 등을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해 무관세 혜택을 받으며 수출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2023년부터 미국 내 공장 건설을 검토하며 보조금 혜택을 기대했던 아우디로서는, 투입 비용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지 공장이 없는 상태에서 부과되는 고율의 관세는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30조 원 삭감된 5개년 투자 계획… 폭스바겐의 전방위적 긴축 경영
폭스바겐그룹의 투자 축소 움직임은 아우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스바겐은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5개년 투자 계획에서 당초 1,800억 유로(약 308조 원)였던 규모를 1,600억 유로(약 274조 원) 수준으로 약 34조 원가량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와 전동화 전환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미국 공장 건설에 무리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생산 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폭스바겐이 단순한 외형 성장을 멈추고 현금 흐름 보존과 수익성 위주의 실리적 생존 전략으로 전환했음을 방증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투자 동결’ 신호탄… 보수적 행보 당분간 지속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각 기업은 막대한 보조금 혜택과 관세 부담 사이에서 고도의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우디가 미국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할 경우, 이는 다른 유럽 및 아시아 제조사들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루메 CEO가 언급한 ‘현실적인 성장’은 결국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대규모 자본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투자 시계는 당분간 멈춰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