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유럽에서 먼저 검증된 모델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순수전기 브랜드 지커(Zeekr)가 오는 5월 프리미엄 SUV ‘7X’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사전 관심 등록만 이미 5,000명을 넘어섰다.
유로 NCAP 별 5개, 편견 정면으로 넘는다
지커 7X의 첫 번째 승부수는 안전성이다. 유럽 최고 권위의 충돌 테스트인 유로 NCAP에서 별 5개 만점을 획득했으며, 볼보 EX30·폴스타 4와 동일한 지리그룹 SEA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점이 기술 신뢰도를 뒷받침한다.
자율주행 하드웨어도 수준급이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솔루션과 LiDAR를 탑재한 G-파일럿 시스템이 고속도로와 도심 구간 모두에서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는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셋 기반으로 구성된다.
AS망 우려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했다. 국내 딜러 4개사가 모두 볼보·벤츠·아우디 계열 기존 수입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돼, 사후 서비스 접근성이 기존 수입 브랜드 수준에 근접한다는 평가다.
645마력에 10분 충전, 성능의 빈틈이 없어
한국 출시 예정 모델은 AWD 사양으로, 최고 출력 645마력에 0→100km/h 가속 3.8초를 발휘한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해 DC 최대 450kW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0.5분이면 충분하다.
차체는 전장 4,787mm, 휠베이스 2,900mm로 국산 중형 SUV인 쏘렌토보다 휠베이스가 200mm 이상 길다. 광활한 실내 공간에 전동식 자동문까지 탑재했다. 다만 자동문은 해외 리뷰에서 실용성 논란이 지적된 사양인 만큼, 시승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환경부 기준 특성상 WLTP 대비 10~20% 낮아질 수 있어, 최상위 트림 기준 520~550km 수준이 현실적인 수치로 예상된다.
5천만 원대 예상가, 경쟁 구도는 어떻게 재편되나
국내 예상 출시가는 5천만 원대 중후반으로, 공식 발표 전이다. 유럽 판매가가 약 8,400만~9,980만 원임을 감안하면 국내 가격은 3,0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되는 셈이다.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테슬라 모델 Y와 현대차 아이오닉 5다. 차체 크기와 가격대가 맞닿아 있는 동급 세그먼트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세제혜택 기준 7,530만~9,516만 원)나 벤츠 EQE SUV(1억 600만~1억 4,080만 원)는 가격대가 한 단계 위에 위치해 직접 비교보다는 세그먼트가 다른 경쟁으로 봐야 한다.
한편 지커 7X는 가격 경쟁력과 유럽 검증 이력, 프리미엄 딜러망이라는 세 가지 무기를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부재와 중고차 잔존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