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 쏟아진 외국인 부동산
“역차별” 논란에 정부 칼 빼들어
강남 고가 아파트 집중 조사 착수

수천억 원대 외국인 부동산 탈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강남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집중 매입이 이루어졌고, 규제를 우회한 편법 증여와 자금 세탁 정황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최근 3년간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득한 아파트는 2만 6000채 이상이다. 거래 금액은 8조 원에 육박하며,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에 집중됐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세법을 회피한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외국인, ‘규제 프리패스’로 강남 잠식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아파트 2만 6244채를 매입했다. 이 중 수도권 비중은 건수 기준 62%, 금액 기준 81%에 달했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가 전체 거래의 약 40%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매입한 고가 아파트 상당수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은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 규제와 무관하게 자국 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받고 있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규제의 영향이 적었던 것이다.
편법 증여·가상자산까지… 탈세 수법 치밀

국세청은 외국인 4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 16명은 편법 증여, 20명은 탈루 소득, 13명은 임대소득 누락이 의심되는 사례로 분류됐다. 조세 회피 수법은 다양했다.
한 외국인은 국내에 무역업체를 세운 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우회 송금하고, 해당 자금으로 서울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
다른 외국인은 집에 보관해둔 수십억 원을 ATM을 통해 입금하는 방식으로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전액 현금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는 해외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을 분산하거나, 자산을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전 방식으로 전환해 자금 출처를 감추는 방식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제도 전면 손질 예고

국세청은 외국인이 국내 고가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주택임대업 등록이나 임대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국내 주재원을 대상으로 고가 주택을 임대한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제 적용을 재검토하고 있다. ‘1주택자 임대소득 비과세’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제도에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정황이 확인된 외국인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필요 시 외국 과세 당국과 정보 교환을 통해 세무조사와 과세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입법이나 제도 변경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다.
탈세를 방지하고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