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잘나가던 폭스바겐이 어쩌다, 5년 만에 이게 무슨 일?

코로나 이후 첫 분기 적자
3분기 1조7800억원 순손실
독일 일자리 30% 감원 추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던 독일의 대표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한때 잘나가던 포르쉐마저 수익구조 악화로 손실을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폭스바겐은 수만 명의 인력을 줄이고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 이후 첫 적자…흑자 기업의 추락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10억7200만유로, 우리 돈 약 1조7700억원의 세후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 이후 5년 만의 첫 분기 적자다. 이익률도 바닥을 쳤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률이 3.6%였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1.6%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매출은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803억500만유로(한화 약 132조51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고, 차량 인도량도 219만9000대로 1.0% 증가했다.

겉보기에는 성장세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달랐다. 폭스바겐 측은 마진율이 낮은 전기차 생산 확대와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 그리고 자회사 포르쉐의 전략 수정에 따른 추가 비용이 실적에 큰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포르쉐 전략 수정에 7조8000억원

폭스바겐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도 부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배터리 생산 자회사를 정리하고 전기차 전략을 새롭게 재편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3분기 포르쉐는 9억6600만유로(한화 약 1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손실은 고스란히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 관련 비용만 해도 올해 들어 47억유로(한화 약 7조7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5.4% 수준”이라면서도, “미국 관세로 인해 연간 최대 8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자리 30% 감원 추진

수익성이 흔들리자, 폭스바겐은 결국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현재 독일 공장 2곳에서는 생산 중단이 진행 중이다. 이는 독일 내 전체 일자리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연간 영업이익률 2~3% 수준의 기존 실적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반도체가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넥스페리아를 둘러싸고 중국과 네덜란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완성차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넥스페리아 칩 공급 차질이 단기적으로 생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대체 공급처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