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감당 안 될 수준
폭우·폭염 피해에 공급망 붕괴
정부·정치권도 물가대책 총력전

최근 이어진 폭염과 폭우로 인해 쌀, 채소, 과일, 축산물 가격이 줄줄이 오를 위기에 처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해 피해가 아직 복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밥상물가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피해 복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응에 나섰다.
폭우에 잠긴 논밭, 서울 40% 수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내린 폭우로 인해 침수된 농작물 면적이 2만 4247헥타르에 달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충청과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는 벼, 콩, 고추, 수박, 깻잎, 멜론, 딸기, 배 등 주요 농산물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벼는 2만 986헥타르, 수박은 127헥타르가 물에 잠겼으며, 고추와 깻잎도 각각 108헥타르, 78헥타르가 피해를 봤다.
피해를 입은 작물들은 이미 폭염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침수로 인해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박의 경우 지난 18일 기준 소매가격이 한 통에 3만 866원으로, 1년 전보다 44.6% 상승했다. 깻잎은 100g당 2661원으로 전년 대비 14.95% 올랐다.
축산물도 도미노 상승… 달걀·닭고기도 비상

축산 농가 피해도 심각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닭 90만 마리를 포함해 가축 103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장마철 가축 피해 규모를 초과한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7월 특란 30구 기준 달걀 가격은 이미 7031원으로 전년 대비 6.7% 올랐고, 닭고기는 1kg당 5952원으로 한 달 전보다 6.9%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지수도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주로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배추는 31.1%, 돼지고기는 9.5%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폭염과 수해로 인해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정치권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폭우로 인한 물가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가 안정과 수해 복구는 민생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피해 작물에 대한 물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피해를 입은 작물 대부분이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향후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지금이 물가 안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물가대책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식료품 가격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와 병해충 방지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6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가 지정도 검토 중이다.
물가 불안, 경기 회복 발목 잡을 수도

이번 폭우는 단순한 재해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까지 뛰었던 전례가 있으며, 당시 식료품 가격은 전체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올해는 내수 회복세가 시작되는 시점인 만큼, 물가 불안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대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해 복구와 함께 농축산물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물가 대응이 새 정부 경제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